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금을 받은 뒤 가로챈 대구의 ‘청년 버핏’ 박모(36)씨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씨는 28일 오전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안종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교통체증으로 법정에 늦게 도착해 재판을 지연시킨 변호인 때문에 30분을 더 기다린 박씨는 수척해진 얼굴이었지만, 생년월일과 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때 안경을 쓴 채 또박또박하게 답했다.

박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지인에게 연 30%의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기망해 13억9000만 원을 빌려 간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 변호인은 "검사가 제시한 공소사실을 기본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기망 행위의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서 다음 공판기일 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경찰은 박씨가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학 동문 등 4명에게 주식 투자 명목으로 5억 원을 받아간 뒤 수익금 명목으로 1억6500만 원만 주고 3억35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밝혀내 검찰에 송치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4월 초 이 혐의를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다. 재판부도 추가 기소된 혐의를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다. 2차 공판은 4월 25일 이어진다.

2004년 대학 입학 전 재수할 당시 자산운용을 시작한 박씨는 대학에 들어가 과외로 번 돈을 보태 1500만 원의 종잣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이후 400억 원대 자산가로 알려지면서 청년 버핏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1억 원 이상 기부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학생 신분으로 최초 가입했고, 미국 포브스지 ‘2016 아시아 기부 영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한 주식전문가가 그의 투자실적 공개를 요구하면서 과장된 사실이 들통났다. 박씨는 사기 피해를 봤다는 고소를 당한 이후 지인 10명에게서 20억 원을 투자금으로 받아 돌려주지 않았다고 자수했다.

재학과 휴학을 반복하며 학생 신분을 유지하던 박씨는 지난해 5월 다니던 대학에서 제적 처리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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