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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문재인 정부 제2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들이 북한 편향발언, 부동산 투기, 꼼수 증여, 황제 병역, 위장전입, 자녀 이중국적 등 불미스런 과거의 행적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6일 있은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서 자신의 과거 북한 편향적 발언들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곤 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종전 주장을 청문회서 “북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입장으로 바꾸었다. 그는 또 정치인들을 향해 “씹다 버린 껌”, “감염된 좀비” 등 마구 쏟아냈던 막말들을 이날은 ‘사과, 반성, 송구’라는 말로 비켜 나갔다.

자식들에게 아파트 꼼수 증여로 ‘절세의 달인’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사과로 시작해서 사과로 끝났다. 전국 최고 알짜 주거지역에서 3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최 후보자는 “저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질책에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인사말로 시작했고,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죄송하다, 송구스럽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최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이 밖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지금까지 내지 않고 있던 소득세와 탈루 증여세 등 6500여만 원을 청문회를 하루 앞둔 25일 납부한 데 대한 집중 공격을 받았다.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도 의원들로부터 자녀들의 위장전입과 특혜채용, 본인의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의혹 등에 대해 송곳 질의를 받았다. 두 후보자에 대해서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박영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보이콧 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탈법과 도덕적 이탈 등 국민이 생각지도 못한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시간만 지나면 지나가리다’는 식의 면피성 사과만 청문회서 남발했다. 이들이 이렇듯 비열한 저자세의 모습을 보이면서 왜 장관 자리에 이토록 목을 매는가. 개인의 영달 때문인가? 애국 충정심의 발로 때문일까? 장관 자리에 앉기 전에 조선 중기 명종 때 퇴계와 학문에서 쌍벽을 이루었던 남명(南溟) 조식(曺植) 선생의 단성소(丹城疏)를 읽어 보길 바란다.

당파 싸움으로 나라가 만신창의가 된 1555년 명종이 남명을 단성현감으로 제수하자 남명이 목숨을 내어 놓고 사직 이유를 밝히며 올린 유명한 단성소(단성현감 사직소의 준말)다. 지금 우리는 나라가 보수 진보로 쪼개어지고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하고, 영세 사업장과 자영업자들은 도산의 불안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와중에 공기업 등 좋은 자리는 끼리끼리 만들어 주고 강남의 부유층은 환락의 세계에 빠져 세월 가는 줄을 모르는 이 현실이 450여 년 전 남명이 살던 시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 시대 이 나라 국민이면 한 번쯤 읽어 보아야 할 가치가 충분한 남명의 우국충정의 글 단성소를 줄여 소개한다.

“…전하 나랏일은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은 없어지고 민심도 이반 되었습니다. 나라의 형세가 위태로워 손 쓸 곳이 없습니다. 낮은 벼슬아치들은 아랫자리에서 술과 여색에만 빠져있고, 높은 벼슬아치들은 윗자리에서 뇌물을 받아들여 재산 모으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오장육부가 썩어 뭉크러져 배가 아픈 것처럼 온 나라의 형세가 안으로 곪을 대로 곪았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직의 벼슬아치들은 자기네 당파를 심어 권세를 독차지하고 외직에 있는 벼슬아치들은 백성 벗겨 먹기를 마치 여우가 들판에서 날뛰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가죽이 다 없어지고 나면 털이 붙어 있을 데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백성을 가죽에 비유한다면 백성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은 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신이 하늘을 우러러 깊이 탄식하고 밤이면 천장을 바라보고 답답해하며 흐느끼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대비(문정왕후)께서는 신실하고 뜻이 깊다 하나 깊은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전하는 아직 어리니 다만 돌아가신 선왕의 한 고아(嗣子)에 불과합니다. 백 가지 천 가지로 내리는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하며 억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시겠습니까? 백성들의 울음소리는 구슬퍼 상복을 입은 듯합니다. 나라의 존망이 전하께 달려 있습니다. 전하께서 마음을 바로잡는 것으로서 백성을 새롭게 하는 바탕을 삼으시고 몸을 닦는 것으로서 인재를 취해 쓰는 근본을 삼으셔서 임금으로서의 원칙을 세우십시오. 임금이 원칙이 없으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됩니다. 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상소로 아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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