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결코 25%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소송에 패소한 절반은 어떤 이유에서건 법관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승소한 사람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재판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불만을 갖는다. 판결을 받아들이지만 그 이유를 수긍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판사가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4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사회는 억울한 사람이 깔려 있다.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자기들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보수니 진보니, 걸림돌이니 디딤돌이니 하면서 승복하지 않으려 하고 나아가 건전한 비판의 정도를 넘는 원색적이고 과격한 언동으로 비난하고 있다. 우리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보수의 편도 아니고, 진보의 편도 아니고, 오로지 법과 정의와 양심의 편일 뿐이다.” 강신욱 전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재판 불복에 대해 개탄했다.

판결 불복종 공세는 법과 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다. 법원의 판결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판결에 대한 불만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호소하고 풀어야 하는 것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사람의 기본적인 인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희생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관의 양심과 독립이다.

헌법 제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로 명시돼 있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이뤄 오판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법관이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에 경도돼 편향된 판단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고, 죄악이다. “재판의 독립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서 시작해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으로 끝난다”는 법언은 권력으로부터 독립 못지않게 여론으로부터 독립도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가 “재판 불복은 문명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특정 세력으로부터 독립해 재판하기 위해 노력하는 판사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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