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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대학생들에게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연설문을 만들고 직접 연설을 해보라는 과제를 주었는데 한 그룹이 행복에 대해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이 큰 주제를 놓고 어떻게 하려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요즈음 학생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던 터라 귀를 기울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 과제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행복의 조건이 첫째도 둘째도 돈이라는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돈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느끼게 된 것은 돈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일 뿐 그것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제 저는 친구와 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근처에서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오래 수다를 떨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이때 돈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가게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돈이 있어서 그 한때가 행복한 순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친구와 만나서 행복한 것이었지 떡볶이를 먹어서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원을 같이 걸을 때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수다를 떨 때도 우리는 늘 행복했습니다. 그러니까 돈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작은 수단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행복이라는 것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걷고 수다 떨고 맛있는 것을 먹는 소소한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행복이라는 것은 소확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그렇지만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차비가 들었을 테고 옷도 차려입었을 텐데 그런 것을 못 했다 하더라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작은 것만 행복이고 큰 것은 행복이 아닙니까?”

잠시 메모한 것을 뒤적이던 학생이 “작은 것만 행복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발견한 것이 그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어디에선가 봤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보게 된다면 행복해질 테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면 불행해진다고요. 저는 그러니까 제가 가진 것을 보게 됐다고나 할까요. 다시 말하자면 저는 가진 것을 보는 것이고 만약 학우가 내 생각과 다르다면 학우는 안 가진 것을 보는 셈이지요.”

강의실에 아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질문을 한 학생도 대답한 학생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결국 우리들에게 돈은 수단일 뿐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그 수업은 끝이 났다.

매스컴에서는 젊은이들이 저지르는 비행에 관한 뉴스로 연일 떠들썩하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의 일일 뿐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대학생들로 가득하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는 자유다. 그러나 굳이 무엇이든 봐야 한다면 가지지 않은 것보다는 가진 것을 보는 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려고 안간힘쓰다 불행해지기보다는 자기가 가진 것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야말로 그보다 더 아름다운 소확행이 어디 있겠는가. 소확행(小確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다. 멀리 있는 것을 잡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내 발밑에 있는 민들레를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온다. 망설일 것 없이 고개를 들어보라.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 그것으로부터 당신의 행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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