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강은희 대구교육감 재판 관전법
[데스크칼럼] 강은희 대구교육감 재판 관전법
  •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 승인 2019년 03월 31일 16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4월 01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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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대구시교육청 고위 간부가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느닷없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다른 간부 공무원을 통해서는 항소심 첫 공판이 끝나면 “비판적 기사 말고, 드라이하게 써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제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특정 정당 경력을 표시한 공보물 10만 여부를 발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 교육감은 2월 13일 1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받았다. 재판부의 판단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보수 교육단체도 출범했다. 우동기 전 대구시교육감, 이영우 전 경북도교육감 등 80여 명의 교육계 보수인사가 ‘강은희 살리기’에 나섰다. 확실히 언론과 보수단체를 통한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1일 시작하는 항소심 재판 변호인단도 사뭇 다르다. 대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관 출신의 변호사 등을 빵빵(?)하게 갖췄다. 참고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공직자 재산변동현황을 보면, 강 교육감은 지난해보다 4억3000여만 원 늘어난 23억6000여만 원으로 신고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1위를 차지했다. 호화 군단을 갖출만하다.

쟁점을 짚어보자.

강 교육감은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서는 언론에 “캠프 관계자의 실수였다”라고 항변했다. 항소심에서도 주장할 것 같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강 교육감은 수사기관 등에서 교육감선거 과정에서 당원경력을 사용하면 안 되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범행했다”면서 “단순히 선거 전반에서 기획업무를 맡은 장남의 경솔 또는 무경험이나 부주의에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당원경력을 선거운동 전반에 활용하고자 하는 미필적인 인식 아래 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참작한 사정도 살펴보자.

많은 교육감후보자들이 당원경력을 명시적으로 표방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이념이나 노선, 공직 경력 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해 자신이 특정 정당에 소속됐던 사실을 미루어 판단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강 교육감의 경우도 당원경력이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되는 등 일부 유권자들은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탈법행위가 만연하다고 해서 강 교육감의 범죄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양형에 크게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교육감선거의 정치적 정립성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고려하면 탈법행위를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고, 일부 유권자들이 강 교육감의 당원경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서 선거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률상 명백히 금지된 당원경력을 표시한 강 교육감의 행위가 정당화되거나 가벌성이 가벼워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1심 재판부는 교육감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대표적인 조치인 지방교육자치법 제46조의 입법 취지를 매우 강조했었다.

남은 무기는 헌법소원 제기라는 말도 나온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실제 헌법소원 제기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런 거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특정 정당 소속 정치인이 참석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사무소 벽면이나 공보물 등에 특정 정당 경력을 표시하면 처벌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일단 시간은 더 벌 수 있게 된다.

1심 첫 공판 때처럼 패션쇼 행사까지 다녀와서 미소 지으며 기자들에게 악수를 하던 그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이래저래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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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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