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열발전소가 지하 깊숙한 곳에 고압으로 물을 주입해 촉발 지진을 일으켰다는 정부조사단의 발표를 보고서야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게 됐다. 그런데 지열발전소 못지않게 위험한 시설이 포항 앞바다에 들어서 있지만 시민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계획해서 2013년부터 공사가 진행된 포항 해상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실증사업(이산화탄소 저장사업)이 그것이다. 포항에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처럼 사업 명에 ‘실증’이란 용어가 붙은 것처럼 포항시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험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사업은 지진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 시설의 안전성과 관련해서 찬반양론이 있지만 일말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항 앞바다에서 추진 중인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은 영구 폐쇄해야 한다.

이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은 포항시 남구 송정동 포스코 제방 앞바다에 건설 중이었고, 지난 2017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이미 보령화력발전소에서 포집한 약 100t의 이산화탄소를 시험 주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이 같은 사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시민들은 이 시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포항 앞 바다의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은 공주대학이 주관해서 포스코 등 19개 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2020년까지 추진키로 돼 있었다. 이 사업으로 연간 1만t 씩 2만t의 이산화탄소를 바다 깊은 곳에 저장할 계획으로 추진되다가 포항 지진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1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오경두 육군사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 시설의 심각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오 교수는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이 계획대로 연간 250일 동안 하루 40t씩 2년간 2만t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포항지진을 일으킨 지열발전소 단층의 공극 압력 상승치 0.21메가파스칼(MPa)의 14배가 넘는 3메가파스칼(MPa)까지 단층에 가하는 압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촉발지진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저장시설 반경 1㎞ 이내에는 6개의 단층이 있고, 가장 가까운 것은 불과 450m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누출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다. 만일 2만t의 이산화탄소가 단시간에 누출되면 영일만 일대가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포항시 전역에서 질식사와 호흡기 계통의 부상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제 52만 포항시민을 상대로 한 실험은 중단해야 한다. 포항 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 지진으로 포항 시민들이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입었고, 지금도 그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엄청난 위험성이 있는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구체적인 폐쇄 계획이나 절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하루 빨리 영구 폐쇄 계획을 밝히고,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폐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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