쩔렁쩔렁하는 요령을 달고 밭일 나온 암소 같은 앞산 봄산에는
진달래꽃과 새알과 푸른 그네와 산울림이 들어와 사네

밭에서 돌아와 벗어놓은 머릿수건 같은 앞산 봄산에는
쓰러진 비탈과 골짜기와 거무죽죽한 칡넝쿨과 무덤이 다시, 다시 살아나네

봄산은 못 견뎌라
봄산은 못 견뎌라




<감상> 봄산은 요령을 달고 나온 암소 같이 뭇 생명을 깨우는 것 같네요. 뭇 생명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함께 살게 만드네요. 진달래꽃, 새알, 푸른 초록, 산울림, 새소리 등이 살갑게 봄산에서 어울리므로 균형을 찾고, 서로 자리를 내어주므로 충만함을 이루죠. 밭에서 돌아와 벗어놓은 머릿수건 같이 봄산은 순결하게 생명을 다시 살아나게 만드네요. 이미 생명체들은 온전하게 자신의 생을 갖추고 있으므로 봄산은 어머니 품 같이 곁을 내어줄 뿐이죠. 특히 어머니가 봄에 씨를 뿌리듯이 봄산도 못 견디게 바쁜지만 참 즐겁고 활기차죠.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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