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jpg
▲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배꼽 아래 세 치에는 인격이 없다’는 말은, 배꼽 아래에서 일어나는 사생활은 관대하다는 남성우월주의의 일본문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술과 여성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이슈를 선점해 이목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마초증후군’은 여자를 남자의 지배 도구로 생각하며, 남성우월주의에서 특권의식을 가진 듯 개념 없이 행동하는 남자를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이다.

장자연 자살과 김학의 동영상, 버닝썬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공통시각은 여성을 성적 도구 즉 노리개로 본다는 데 있다. 권력과 가해자 간의 유착, 그리고 여성을 남성의 지배 대상으로 치부하는 ‘마초증후군’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조금은 외설적이지만 사회적 쟁점이 된 영화제목이다. 오래된 영화 제목과 같은 생리적 기본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빚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성 스캔들로 비화하여 사회적 저변에 깊숙이 은폐되어 범죄가 된 것은 배꼽 아래의 일이고,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마초증후군’과 같은 관습 때문이었다.

장자연 사건의 재조명은 권력과 재벌의 유착, 그리고 연예계의 어두운 민낯이다. 자살 후 10년 동안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으며, 공개된 유서에서 거론된 성 접대와 성폭행 등 성 상납 리스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의심하는 것은 수사 과정과 사건의 축소에 권력이 개입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벌과 권력의 공통점은 상대를 강제하는 힘을 가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치욕과 고통 속에서 권력을 가진 가해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는 결국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따라서 장자연 사건의 재조사는 당사자가 내 동생 내 딸이라는 역지사지의 선상에서 사건의 진상이 하나의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버닝썬 사건 또한 부모를 잘 만나 초년 성공한 스타들의 난잡한 성범죄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초대형 환락업소를 운영하며, 성공을 꿈꾸는 연예인과 팬들을 성적 노리개로 만든 성폭력 사건은 초 헤비급 성범죄 종합선물세트이다. 불법 영상물과 마약 그리고 경찰과의 유착, 탈세 등으로 일반적 상식을 벗어나, 피해자인 여성을 성적 대상이 아닌 성 노리개로 대하는데 사건의 심각성이 있다.

관련된 정·재계 인사들을 좌불안석하게 만든 이번 사건은 청년 스타들의 일그러진 일상이 공개되어 연예계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뉴스의 초점은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다. 당연히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은 슈퍼급 강도로 정치권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성 접대 동영상을 두고 보았다는 정치인과 보고도 은폐하였다는 주장과 공방에 공당의 대표가 버젓이 거명되는 것 자체가 진위를 떠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특권층의 비호 아래 은폐하였던 성범죄들이 하필이면 공소시효가 다된 마당에 불거져 망신을 당하는지 운명의 장난이라기보다는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다. 만인에게 공평해야 하는 법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며 돈으로 권력을 사고 돈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물질 만능의 그릇된 성범죄 의식이 듣기에도 민망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와 같은 불편한 단어들을 만든다. 그동안 감추어진 외설적인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중심에는 ‘마초증후군’과 같이 죄의식 없는 보편적 남성우월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꼽 아래 세 치에는 인격이 없다’는 과거의 관습에서 타성과 반성 없는 도덕 불감증이라면 이와 유사한 범죄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토픽으로 보도되는 일련의 뉴스들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서 바뀐 것은 CD 동영상 외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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