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 포장된 신선식품은 사용불가…흙·물기묻은 상품 '예외적' 허용
소비자들 사용 가능품목 헷갈려…대형마트 입점 약국도 금지 대상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된 1일 오후 대구 서구 한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문구가 계산대에 붙어있다. 이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한 한 시민이 아쉬워하며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되는지 헷갈린다.”

전국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지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첫날인 1일 오전, 포항시 북구 우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팩 포장된 소고기와 버섯, 생선을 집어 든 전(61) 모 씨는 계산대에서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소고기와 생선을 각각 속 비닐에 담아 계산하려고 했지만, 이날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본격 시행되면서 신선식품이라도 팩 포장된 제품은 속 비닐봉투에 담아갈 수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전 씨는 “생선포장을 아무리 잘해놨다고 해도 비린내가 다른 제품에 배일 수도 있고, 위쪽 포장랩이 얇아서 찢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조금은 불편하다.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되는지 헷갈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 첫날 현장의 혼란은 여전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미 지난 2010년부터 환경부와 비닐봉지 판매금지 협약을 맺고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봉투와 종이박스 등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혼란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신선식품을 담아가도록 매장 곳곳에 놓여 있는 얇은 속 비닐을 사용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그간 대형마트 등에서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판매대에 롤 형태로 뜯어서 사용하는 속 비닐을 비치해왔지만, 앞으로는 ‘예외적으로만’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상품이 아닌데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그간 육류와 생선류를 속 비닐에 담아가는 데 익숙한 많은 고객은 단속이 시작된 첫날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속 비닐을 찾았다.

대형마트 계산대 직원은 “계도 기간에도 속 비닐을 과도하게 담아오시는 분들이 있어 사정을 설명하고 뺀 사례가 많았다”며 “오늘부터는 과태료를 물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마트에서는 종량제봉투와 장바구니 사용은 사실상 자리를 잡아 큰 혼란이 없다. 그러나 속 비닐 제공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어떤 제품에 속 비닐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놓고 아직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겉면에 수분이 있는 식료품 등에 한해 속비닐 제공이 가능하고, 종이 재질의 봉투를 판매할 수 있는 등 주요 내용은 알고 있지만, 상세한 지침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수많은 상품에 이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 및 슈퍼마켓 입점 약국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대규모점포(대형마트)와 슈퍼파마켓(165㎡ 이상) 내 입점한 약국은 1회용 봉투 사용 금지 대상에 해당되지만, 알고 있는 소비자는 드물었다.

구미지역 한 대형마트 내 약국 직원은 “일부 고객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설명해도 ‘약국에서 왜 안 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지속해서 안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생분해성수지제품(EL724 환경표지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 △B5 규격(182㎜ X 257㎜) 또는 0.5ℓ 이하의 비닐봉투 △종이봉투만 무상제공이 가능하다. 이 외의 일반약국의 경우 자원재활용법 제10조 제1항 ‘1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약국은 ‘도매 및 소매업’으로 분류돼 있어 1회용 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10평(33㎡) 이상 약국은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 10평 미만 약국은 과태료 처분이 유예된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