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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2019년 3월 30일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끝으로 제5회 ‘대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Daegu international young artist opera festival)’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 행사를 위해 대구를 찾은 이탈리아 볼로냐 극장의 아카데미 감독 다닐로를 통해 이탈리아 오페라극장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최근 이탈리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페라극장들도 많이 어려운 가운데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의 자랑인 밀라노‘라 스칼라’ 극장도 국가 예산 투입이 어려워지면서 아랍인을 통한 외국 자본의 유입이 불가피하여 사실상 아랍인들의 극장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볼로냐 극장도 기업들의 메세나 사업이 주춤해지면서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메세나(Mecenat)란 기업들이 문화 예술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탈리아는 메세나 운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꼭 등장하는 ‘메디치 가문’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적극 지원하여 이탈리아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런데 국가의 예술 메세나 운동이 주춤하면서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문화유산들이 외국의 자본에 잠식당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보니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19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2004년 ‘한국메세나협의회’로 개칭)가 문화부 장관 허가 아래 결성되어 정부 주도의 메세나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사업들이 집중되어 지방에서는 피부로 느낄 만큼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사업이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생겨난 문화재단들은 기업의 메세나를 유도하여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예술 사업을 전문가 중심의 선진국형 문화예술사업으로 전환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인 기업들의 메세나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메세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이지만 이러한 용어를 처음 사용한 나라는 미국이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 예술 후원회가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1970년대 이후 각국의 기업인들이 메세나 협의회를 설립하였다. 이후에 메세나는 기업인들의 각종 지원 및 후원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된다. 이번 축제의 마지막 작품인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지휘를 맡은 미네소타 오페라극장의 부지휘자 조나단 브란다니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극장의 경우, 일 년 예산의 85%를 기업의 메세나를 통한 자금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기업들의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에 관한 인식과 지방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감면 혜택이 한몫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의 한 해 메세나 지원금은 평균 1조 원이 넘는다고 하며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프랑스 문화의 상징, 루브르 박물관의 한 해 기부금은 무려 1조5천억 원 정도라고도 한다. 이 기부금 중에는 대한민국 기업들을 통한 메세나도 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외국의 극장이나 문화예술 단체에 더 많은 메세나를 하는 현실을 두고 기업인들 탓만을 할 수는 없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의 역량을 높이고 지역 문화예술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기업들이 미네소타 오페라극장이나 루브르가 아니라 국내 극장이나 예술단체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정책과 문화의 조성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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