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자유기고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신전의 유지와 제의(祭儀)를 위해 동맹을 맺은 이래로 유럽의 역사는 도시 동맹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동맹을 맺었는데 델로스 동맹이나 펠로폰네소스 동맹 등이 이에 해당 된다.

또, 이탈리아반도의 정복 과정도 로마가 정복도시와 일종의 동맹을 맺는 형태였으므로 넓은 의미에서는 도시 동맹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군사적 목적의 동맹만 있었던 건 아니다. 중세 유럽 경제의 패권을 잡았던 북독일 중심의 도시동맹이었던 한자(Hansa)동맹은 원래 유럽 도시 상인들의 조합으로 출발했지만 최전성기에는 가입 도시 숫자가 100여 개로 늘어나 북방 무역을 독점하기도 하였다. 또, 자체 방어를 위해 해군까지 소유했다고 하니 그 동맹의 힘은 막강하였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자매도시’라는 제도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의 도시동맹이 가졌던 강한 응집력이 있는 ‘동맹’ 수준은 아니다.

보통 ‘도시 간 교류’는 지리적 유사관계나 경제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주로 이뤄지나, 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접어든 최근엔 지역 간 상생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동맹들이 맺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지방자치시대 이후 예산확보 문제나 기업유치 등에 관해선 지방정부 간의 불가피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혐오시설엔 님비(Not In My Backyard)가, 편익시설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가 심화되어 지고 있으며, 또, 거대한 수도권 공동체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현실도 눈앞에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현실 위에서 눈에 띄는 지방도시들 간의 ‘도시동맹’이 있다. 그 이름은 울산, 포항, 경주의 ‘해오름 동맹’이다.

지난 2016년 울산~포항~경주 간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이들 3개 도시는 인구 200만 명, 경제규모 95조의 메가시티(Megacity)로의 도약을 기대하면서 동맹을 맺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신라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역사적·지리적 공통점이 있을 뿐 아니라 포항의 소재, 경주의 부품, 울산의 최종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서플라이 체인’, 즉 상호 보완적 산업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어 ‘상생형 동맹’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과거 지중해 시대를 능가하는 환동해 경제시대가 열린 경우 ‘해오름 동맹’은 더욱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과 철강경기 침체, 탈원전 등 울산, 포항, 경주 지역들을 둘러싸고 있는 난제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천년고도인 경주와 대한민국 공업화의 주역인 포항과 울산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국내 어느 지역보다도 지역적·산업적·정서적 융복합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고, 미래 신성장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에 유리한 지역이라고 본다.

‘어려울 때 옆에 있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울 때 만난 울산, 포항, 경주의 우정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으로 ‘해오름 동맹’이 세계적인 도시동맹의 역사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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