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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기획자(ART89)
지난해 서울 이태원 경리단 길을 갔었다. 이태원 역(지하철)에서 내려 20분간 걸어간 길에는 군데군데 임대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 말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참고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임대가 오르면서 상권을 일군 원래 입주 상인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경리단 길을 구경하다가 배우 겸 요식업 사업가로 활동 중인 홍석천 배우가 운영하는 식당 ‘자댕’에서 식사를 했다. 청주, 안동 갤러리에서 기획한 석창원 작가가 홍석천을 모델로 전시를 한 적이 있어 반가웠다.
‘홍석천’-석창원 作

홍석천은 ‘커밍아웃’을 했다. ‘커밍아웃’은 원래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에서 유래된 말이다. 세상에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사상이나 지향성을 숨기고 있다가 드러내는 것을 뜻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지향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석창원(도예) 작가는 홍석천을 모델로 직접 모델 얼굴에다 석고를 발라 본을 뜨고 작업을 했다. 작가의 작품은 커밍아웃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다. 홍석천 배우가 처해져 있는 현실을 통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며 자연스런 감정인 욕망. 그것에 집착할 때의 고통, 그에 따른 소외 등 현대인의 자아와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석창원 작가의 또 다른 도예 작품 ‘자화상’이 있다. 흙을 소재로 작업을 표현하는 이유는 흙과 물 그리고 불을 통해 태토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맛 때문이다. 작가의 자화상은 무엇인가 갈망하고 고독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나비…그 나비는 비상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석창원 작가의 ‘자화상’

‘자화상은 자신의 개별적 현실에 가장 가깝게 표현된다. 한 존재가 겪는 구체적 경험, 그 경험에 대한 태도와 반응 등이 나타나기에 그 시대를 탐지하게 되는 것이다’ -석창원 작가

자화상은 작가 자신이 인식하는 자아라는 차원에서 예술의 시대적 흐름에서 지속적으로 그려졌다. 서양에서는 렘브란트, 고흐... 등,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강세황, 윤두서 자화상 등이 있다.

요즘 나는 ‘예술’에 대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망을 붙들고 싸우고 있고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관계 그리고 일에 대한 인식 등 여러 가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힘들다’이다. 공감되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작품과의 교감은 감정이입으로 인해 마음에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고흐의 자화상을 보자. 고흐의 자화상을 검색해 보니, 고흐의 삶 전체를 집약한 ‘고통’이 나온다. 희망과 고통, 열정과 광기, 분열된 의식 그리고 운명이 나온다. 이러한 외로운 싸움은 오히려 ‘살아보자’는 삶의 강한 애착이 드러난다. 30대 초반부터 자신이 처해 있는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폴 고갱에게 바치는 자화상’, ‘귀가 잘린 자화상’, ‘붕대를 감은 자화상’등이 있다.

봄이 다시 돌아왔다. 어떤 이는 너무나 찬연한 봄 앞에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봄이 주는 새로움에 황홀해 할 것이다. 과거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봄과 삶. 그 속에 자신 내면의 자화상이 있다.

“여타 표면만 그리는 사람이… 이를 넘어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이다. 초상화라면 그날 하루 모델이 걸치고 있는 이상의 뭔가를 캔버스에 표현하는 것이다. 짧게 말하면, 외적인 생김새만이 아닌 ‘그 사람’을 그리는 것이다” - 휘슬러

김경숙 기획자(ART89)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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