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두 육군사관학교 교수, 정부조사단 '수위·수온관계' 분석 결과
"지하 4300m 지열저류조 '보일러화'…'시추공 원상복구' 신중해야"

지열발전소 수위상승 그래프.
포항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지열발전소가 위험한 인공 간헐천(geyser·열수(熱水)와 수증기·기타 가스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분출하는 온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사관학교 오경두 교수(토목환경학과)는 지난 4일 정부조사연구단이 발표한 지하수 수위와 수온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생산정과 주입정 수위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며, 수온은 거의 일정하게 내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 지하수 수위자료를 분석한 결과 포항지진 당일 생산정과 주입정 수위가 일시에 약 800m 정도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실제 같은 날 지열발전소로 부터 약 11㎞ 떨어진 신광면 토성리 국가지하수 관측망에서도 수위가 28㎝나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 시추공의 수위는 포항지진 이후 9개월이 지난 2018년 8월께 이 지역 지하수 평균수위인 지하 110.5m의 정상수위로 되돌아 온 뒤 9월과 10월 수위상승 속도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시추공(생산정) 안의 지하수 수위 상승 속도(그림 참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열발전소 수위와 수온간 관계 그래프.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경우라면 수위 상승 속도가 점차 느려져서 일정한 수위를 유지해야 하는 데 올 2월 말 현재 평균수위 지하 110.5m보다 25m나 더 상승했다는 것은 수리적인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 지열발전소가 지하 4300m 부근에 초고압 수리자극을 가하면서 만들어진 인공 지열저류조가 지열에 의해 달궈지면서 거대한 ‘보일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이 지하 보일러가 가열되면 수증기에 의한 압력 상승으로 시추공 안의 물을 강하게 밀어 올리게 되며, 점점 더 강한 압력이 가해지면 시추공 속의 물이 땅 위로 분출되는 일종의 인공 간헐천이 된다는 것이다.

시추공 안의 수온이 점차 떨어지는 것도 시추공 안의 물이 초고압 수증기에 밀려 상승하면서 뜨거운 인공 지열저류조에서 점차 멀어져가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오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심도 4300m 화강암층)와 매우 비슷한 조건인 심도 4500m의 화강암층에 만들어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를 예로 들었다.

스위스 지진학자들에 따르면 바젤 지열발전소는 지난 2006년 12월 수리자극 과정에서 규모 3.4의 촉발지진이 일어나 폐쇄한 후 2011년 1월 시추공 상단을 밀폐시키기 전까지는 주기적으로 물을 토해내는 인공 간헐천 현상을 보였다는 것.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 지진 발생 추이
또 지난 2011년 1월 시추공 상단부 밀폐 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진이 시간이 흐르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데다 진원지가 시추공에서 점점 확산되자 2017년 7월 시추공을 열어 수압을 조절하면서 지진도 잦아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스위스 정부가 땅속 초고압 보일러화 현상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시추공 상단을 막으면서 배출되지 못한 수증기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지진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 교수는 정부조사단이 발표한 ‘수위 및 수온과 관계’를 분석한 뒤 “바젤 지열발전소 사례를 보다 면밀히 지켜보는 것은 물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생산정과 주입정을 빠른 시간 내 원상복구’라는 주장을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그는 “당초 수리학적 압력파 형성을 근거로 시추공의 원상복구를 주장했으나 이번 정부조사연구단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공 간헐천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 교수는 생산정과 주입정의 수위가 지하 85.1m와 지하 699.5m로 600m 이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두 시추공이 물길이 연결되지 않는 서로 다른 암석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으로, 이는 지열발전소 사업이 원천적으로 실패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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