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원 산불 발화원인 집중 조사…강릉·인제은 실화 가능성 무게
전문가들 "막대한 피해 불구 처벌 약해…법 강화해 경각심 일으켜야"

강원산불로 인해 지난 4∼6일 사흘간 축구장(7140㎡) 면적의 742배에 해당하는 530㏊(530만㎡)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화면서 발화 원인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강릉과 인제 산불은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고성 산불은 한전 측의 관리소홀 여부를 놓고 정밀 감식과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실화로 인한 산불로 막대한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있으나 실화자 검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쳐 산불 재앙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7일 산림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4천316건으로 이 중 1792건의 산불 원인 제공자(가해자)를 검거했다. 검거율은 41.5%에 불과하다.

2017년 5월 6일 756㏊의 막대한 산림을 태우고 4명(사망 1명)의 인명피해를 낸 삼척시 도계읍 점리 산불은 입산자 실화로 추정됐다. 그러나 정작 불을 낸 사람은 찾아내지 못했다.

같은 날 불이 나 252㏊를 태운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산불도 입산 실화자를 검거하지 못한 채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됐다.

지난해 8월 15일 발생해 31㏊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경북 군위 산불은 농산물 폐기물 소각으로 추정됐으나 가해자는 끝내 잡지 못했다.

산림보호법 상 실수로라도 산불을 내면 최고 징역 3년 또는 3천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산불 실화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

지난해 3월 28일 축구장 500개 면적에 해당하는 357㏊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고성 산불은 채석장 업체의 ‘전선 단락’(끊어짐)에 의한 실화로 결론 났다.

업무상 실화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채석장 업체 대표 A(61)씨 등 2명은 속초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산불은 채석장 인근 배전반에 연결된 240m 길이의 전선 케이블 일부가 끊어지면서 불꽃이 튀어 대형산불로 이어졌다. 전기 설비시설 기준에 따른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것이 발화의 빌미가 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불로 주택 등 시설물 17동이 소실되고 7명의 이재민이 했다. 산불 피해액만 2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입산자 실화로 조사된 2017년 3월 9일 강릉시 옥계면 산불의 경우 주민 2명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불로 160㏊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산림 전문가들은 “산불의 원인이 81%가 입산자 실화 등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고 원인 제공자가 불분명해 검거에 어려움이 많다”며 “산불피해가 막대한 만큼 실화자의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불어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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