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지구대 경찰관들을 협박한 30대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 주경태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일 오전 11시 30분께 대구 북구 산격지구대 현관 입구에서 페트병에 담아온 2ℓ 상당의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분신을 하겠다 경찰관들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날 새벽 2시 38분께 폭행 혐의로 입건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A씨는 범행 당시 불을 붙일 수 있는 라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휘발유를 몸에 붓는 것만으로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행위 자체가 협박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배척했다.

주 부장판사는 “발화성이 높은 휘발유는 어떤 경위로든 불이 붙는 경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당시 누가 보아도 휘발유가 몸에 뿌려지고 바닥에도 뿌려진 상황이라면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종합하면 휘발유를 몸에 붓는 것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자칫 본인은 물론 지구대에까지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록 언어로 해악을 고지한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거동으로서 충분히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서 협박행위를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제압해 더 큰 사고가 생기지 않은 점,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에 관해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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