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뿐 아니라 국내에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에서 ‘위험한 물질’로 분류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여가고 있다. 지난 40년 간 정부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각 원전마다 자체적인 안전 보관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통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원전 전체의 포화율이 88.1%에 이른다. 월성원전의 건식저장시설은 95%, 한울 2호기는 98%까지 육박해 있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원전지역·환경단체·원자력계·갈등관리 전문가들이 참여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가동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7월 수립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국민, 원전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 위험이 따르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와 차원이 다른 난제다. 경주에 들어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의 입지를 선정하는 데 1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물며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의 건설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따르기 마련일 것이다. 논란이 있지만 ‘심층처분’ 방식 외에는 현재로써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심층처분이 위험물질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삶의 공간과 격리를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논의해봐야 할 논점이다.
중저준위방폐물은 깊이 묻으면서 훨씬 위험성이 높은 고준위방폐물을 각 원전에 보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언제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미룰 수 없다. 지금은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행동에 들어가도 늦은 때라고 인식해야 한다. 신속하고 공정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준위방폐물 처분 방안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하루빨리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