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형산불 원인 제공 불구 비용 문제로 속수무책
지자체별 고위험지역 선별 우선적 추진 등 대책 시급

5일 오전 전날 고성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이 전신주 고압선 개폐기에서 튄 불꽃이 주요 원인으로 확인된 가운데 고압선 안전관리가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지역 전신주 개폐기 주변에서 처음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일종의 차단기 역할을 하는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강풍에 나뭇가지 등 이물질이 날아와 부딪히면서 아크(전기불꽃)가 발생했고, 이 불꽃이 주변으로 떨어지며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소 등이 모여있는 동해안지역에 설치된 고압선은 빈번하게 대형산불의 원인을 제공해 왔다.

특히, 강한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은 작은 이물질로도 언제든 불씨가 튈 수 있어 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가 유일한 예방책으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지중화 작업이 완료된 전신주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지중화(地中化)란 전선류를 땅에 묻거나 설치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한전 측에서 주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이번 산불과 같이 강풍 등 자연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선 땅속으로 전선을 묻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북지역 전선 지중화율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압선으로 알려진 송변전선로 지중화율이 경북은 1.2%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지역 송변전선로 지중화율(89.6%)과 약 75배 차이를 보였다.

전신주로 대표되는 배전선로 지중화 사업 또한 경북은 6.3%로 전국 평균(17.7%)에 미치지 못한 채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모든 전신주와 전선을 땅에 묻는 게 화재위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나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한 전기설비업체 관계자는 “지중화 공사 시 쓰이는 변압기는 1대당 1000만원, 지중화 개폐기는 2000~3000만원에 달한다”며 “토질에 따라 굴착 등 작업이 추가될 경우 수십 배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에 따르면 경북·대구에 설치된 전신주는 총 104만8567대로 확인돼 지중화에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비용부담이 커 단기간에 지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별로 산불 고위험지역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지중화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방 및 방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수립해야 한다”며 “산불 진화의 경우 ‘골든타임’을 맞출 수 있는 우수한 초대형 화재진압 헬기 등 기계화시스템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압선 원인의 화재가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산불위험 지역의 전선 지중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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