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포스코와 함께 포항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해병대다. 대한민국 해병대 소속의 2개 사단 가운데 핵심인 1사단이 포항에 주둔하고 있다. 해병대는 적 해안 상륙작전과 육상전투가 전시 임무고, 평시에는 중요 시설 경계, 적의 침투 감시와 국지도발에 대비 한다.

해병대 주력 1사단이 포항에 주둔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전인 1949년 4월 15일 포항에 대대급 부대인 포항경비사령부가 창설된 것이 계기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 전투에 투입된 미 해병 제3비행사단이 포항에 주둔한 것도 포항경비사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 1개 대대가 지금도 포항에 주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8년 미 해병 제3비행사단은 포항에서 철수할 계획이었다. 이들이 돌아가고 나면 빌 포항을 두고 미 제5공군과 제8군이 각기 예하 항공대를 주둔시키기 위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당시 전략기동대가 없었던 미 제8군은 미 해병대 편제와 동일한 1만8000명 규모의 한국해병대에 미군의 전략기동대 임무를 부여하려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당시 공정식 한국 해병대사령부 작전부장이 미 제8군 작전부장이자 한국군 해병대 수석고문관인 포니(E. Forney) 대령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공 대령은 이 사실을 즉각 정부에 알려 우리 해병대가 미군 예하에 배속되지 않고,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1959년 3월 12일부터 독자적으로 포항에 주둔하게 했다.

해병대는 한국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9·28 서울 수복 때 중앙청에 제일 먼저 태극기를 게양한 군도 해병대였다. 1960년대엔 월남전에 파병돼 수많은 전과를 기록, ‘귀신 잡는 부대’라는 외신의 찬사를 받았다. 군사정권 시절인 1973년 10월 잠시 해체돼 해군에 통합되는 부침도 겪었지만 혹독한 훈련을 거쳐 빨간 명찰을 다는 팔각모의 해병대는 70년간 포항과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킨 간성(干城)이었다. ‘누구나 될 수 있다면 해병이 되지 않겠다’는 자긍심의 상징이 해병대다. 포항과 함께한 해병대가 15일 70주년을 맞는다. 앞으로도 영원히 숭고한 국가수호의 임무를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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