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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2019년은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 사실주의 오페라)’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작곡가 루지에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7~1919)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오페라 극장에서 그의 작품을 공연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4월 26일과 27일 양일간 레온카발로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 말할 수 있는 ‘팔리아치(Pagliacci, 광대들)’이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베리스모(Verismo)의 ‘베로(Vero)’는 ‘진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파생되어 나왔다.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 즉 ‘사실주의 오페라’는 19세기 말 이탈리아 젊은 작곡가들에 의해 일어난 일종의 오페라 운동이다. 이전의 오페라 작품들은 귀족들의 궁정이나 부호의 대저택을 무대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된 지배층이 오페라의 주된 향유 계층이기도 했고 관객들이 일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세계에 쉽게 매혹되는 까닭도 있었지만 19세기 말 젊은 작곡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시기의 세상은 혁명과 전쟁, 산업화와 빈곤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는 고통이 가득한데 오페라의 소재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라는 의식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가난한 농어민, 노동자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무대 위에서 현실보다 더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는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를 개척하게 되었다.

베리스모 오페라의 시작은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ni, 1863~1945)’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시골의 기사도)’라는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890년 당시 이탈리아의 저명한 음악 출판사 ‘손초뇨’는 이탈리아의 또 다른 음악 출판사인 ‘리코르디’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새로운 오페라 작품과 작곡가가 필요했다. 이에 ‘단막 오페라 현상 공모전’을 열었는데 1회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였다. 이 작품은 당선과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레온카발로는 마스카니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직접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하여 ‘단막 오페라 현상 공모’에 참가하였으나 당선되지 못했다. 이는 ‘팔리아치’의 줄거리 흐름상 ‘극 중 극’의 형태를 띠어야 하는 관계로 2개의 막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손초뇨 출판사에서는 ‘단막 오페라’라는 대회 규정상 당선은 시키지 못했지만 작품성을 높이 사,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한다. 덕분에 1892년 이탈리아 밀라노 ‘테아트로 달 베르메’ 극장에서 초연한 뒤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오늘날 전 세계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사실주의 오페라라고 하면 가장 대표적인 두 작품을 자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가 다른 사실주의 오페라보다 더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극의 내용이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온카발로는 어린 시절 판사였던 아버지로부터 ‘한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상대역 배우이자 자신의 아내인 여인을 죽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성인이 되어 오페라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극 중에 나오는 극 중 극은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희극을 바탕으로 한 즉흥극 ‘콤메디아델라르테(Commedia dell arte)’이다.

어린 시절부터 열정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꿈을 키워온 레온카발로와 그의 천재성과 작품성을 알아봐 준 손초뇨 출판사의 만남이 있었기에 현대인들이 이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재연하고 감상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저작권료를 해외 출판사에 지불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열정적인 작곡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알아보고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작품으로 이끌어 줄 역량 있는 기업들이 ‘환상의 짝꿍’으로 함께 성장하는 곳이 우리 고장이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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