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포항 마사지업소 40대 외국인…접촉한 상대 등 파악 중"

포항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채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던 40대 외국인 여성이 숨졌다.

9일 포항시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포항 시내 마사지업소 종업원인 불법 체류 여성 A씨가 폐렴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혈액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해당 병원 측은 지난달 29일 경북보건환경연구원에 A씨의 혈액검사를 의뢰해 지난 1일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확진 이틀만인 지난 3일 서울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A씨가 불법 체류자인 데다가 여성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기에 뒤늦게 사실을 파악했다”며 “경찰 협조를 받아 접촉한 상대와 포항에서 일하게 된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에이즈 감염자의 개인 신상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며 A씨가 일했던 업소 등에 대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만약 A씨가 에이즈에 걸린 상태에서 남성들과 피임기구 없이 성 관계를 가졌을 경우 이들 역시 에이즈에 감염됐을 위험이 있어 자칫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현행법과 규정으로는 보건당국 상담과 치료를 거부하고 잠적한 에이즈 환자를 찾을 방법이 없어 감염자 관리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포항지역에 사는 에이즈 감염자는 약 60명으로 이들 모두 보건당국의 지원을 받아 상담, 치료, 투약처방 등 국가의 지원을 통해 관리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처럼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거나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아 오던 감염자들이 잠적할 경우 소재 및 신원파악이 불가능 하다는 점.

지난 2008년 에이즈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되면서 감염자 명부 작성, 비치, 보고 제도 자체가 사라졌다.

현재 일선 보건소는 실명을 공개해 정부 지원을 받는 에이즈 환자들의 연락처 외에 익명 또는 잠적한 감염자들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소재 파악을 위해 분기에 한 번 전화 등을 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관련 규정이 사라져 1년에 1~2차례 연락을 취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 에이즈 환자 신원과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는 병원 치료 후 치료비를 보전받기 위해 환자가 보건소에 본인부담금 보전 신청서를 낼 때뿐이다.

포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치료조차 받지 않고 연락이 끊긴 에이즈 환자 같은 경우 현재 거주지 또는 건강상태 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연락이 닿지 않고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보건당국이 소재를 파악해 치료를 권하기는 현행법상 불가능에 가까워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포항 시민 이 모(53)씨는 “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에이즈 예방법이 오히려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모든 에이즈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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