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버리고 그 사람에게 가는 동안
창문으로 비둘기가 날아왔다

찬란하다 날짐승이여
흔들리는 새벽의 음악이여

모든 색이 저 목덜미에서 나왔을까

파랑인가 하면 피투성이 붉음,
붉음인가 하면 비명을 삼킨 검정의 기미
죽어서까지 기막히게 달라붙던 날짐승을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목덜미가 움직일 때마다 색은 바뀌었고 잔디밭에 뿌려진 초록을 얻었지만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





<감상> 흔히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새가 되는가. 그대는 창문으로 날아드는 비둘기가 되고, 새벽까지 흔들리게 만드는 음악으로 떠돌고 있는가. 사랑의 시작은 아름다운 목덜미에서 시작되었으므로 모든 색이 거기에서 나왔다. 몸으로 기억하는 목덜미는 마음을 보여주는 파랑인가, 아니면 피투성이 붉음인가, 비명을 삼킨 감정들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죽어서까지 달라붙던 날짐승은 그대의 환상인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목덜미가 움직일 때마다 색은 바뀌고 무덤의 잔디밭에 초록이 피어날 정도로 세월은 지나갔다. 여전히 그대는 목덜미 뒤에서 속삭이고 있지만, 결국 그대는 오지 않는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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