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현 경주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감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조선시대 사극을 보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왕정시대에 죄를 입증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백을 받는 것이었기에 온갖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왕정시대와 달리 증거재판주의이다.

죄의 인정 여부는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과학 수사가 도입이 되고 증거로써 범죄를 입증하려는 노력이 수사과정에 많이 도입되었고 시스템화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유도하고 강요하게끔 만드는 제도가 있는데 바로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우월적 증거능력 인정이다.

경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사실이 맞다고 내용을 인정해야만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데 반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판사 앞에서 검사조서 작성 시 거짓을 말했다고 진술하더라도 자신이 진술한 것이 인정되기만 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검사로 하여금 어떻게든 검사 앞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고 싶게끔 만드는 규정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우월적 증거능력의 인정으로 공개법정에서 쌍방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된 상태에서의 진술과 증거에 의한 재판이 아닌 조서에 의한 재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현대 형사소송의 중심축인 공판중심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제도하에서 검사의 도덕성만을 강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우월적 증거능력 인정은 수사의 능률성도 해치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 피의자가 자백을 하였다 하더라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 공판단계에서 피의자가 자백을 번복할 것을 대비하여 동일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검사가 다시 조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수사대상자의 몫이 되고 있다.

이제는 사람의 도덕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자백을 강요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여 수사대상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수사의 능률성 또한 도모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현재 진행 중인 사법구조개혁 논의에서 반드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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