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5회에 걸친 세기의 바둑대결이 있었다. 이세돌과 알파고(AlphaGo)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다. 세계 바둑 최강자와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대결로 결과는 1대4, 인간의 완패였다. 이후 아무도 인공지능 바둑을 이기지 못해 이세돌은 인공지능 바둑에 한번이라도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남게 됐다.

인간이 만든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수퍼인텔리전스(초지능)’ AI를 어떻게 안전하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인간은 문화와 오락의 안락을 누릴 수 있을까.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닉 보스트롬 교수는 “초지능의 사고를 어떻게 인간의 가치나 의지에 부합하게 형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열쇠다. 지금은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사이언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더욱 어두운 표정이다. 가까운 미래에 AI가 더 발전하면 대다수 인간이 정치 경제적 가치를 잃은 ‘무용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것이라 전망한다. AI가 인간 지능을 압도하고 생명공학이 진화의 법칙을 초월하는 순간 대부분의 인간은 존재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비영리 인공지능연구기관 ‘오픈 AI’가 개발한 ‘GPT-2’는 신문 기사부터 판타지 소설까지 글쓰기에서 놀라운 실력을 발휘했다. GPT-2는 80만 개의 인터넷 페이지에 담긴 단어 15억 개를 학습시켰더니 어휘력이 소설가를 능가했다. 오픈 AI는 뛰어난 능력 때문에 예상치 못할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GPT-2를 스스로 퇴출 시켰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연구원이 AI에 겸재 정선의 화풍을 학습시킨 뒤 그림 대상을 제시했더니 겸재풍의 그림을 단 0.1초 만에 만들어냈다고 한다.

벌써 인간은 AI가 쓴 글, 그린 그림을 보고 혀를 내두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이 AI의 노예가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인간이 AI의 통제 수단을 찾지 않으면 세계 석학들의 예언대로 디스토피아를 맞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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