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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고성에서의 4·3 보궐선거가 끝나자 야권 발 정계 개편론이 물밑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이번 4·3 보궐 선거로 야권의 자유한국당과 바른 미래당, 민주평화당, 대한애국당 의원들 간에 정체성에 따라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로 당내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수 대통합’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황 대표는 선거가 끝난 후 “한국당은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고 밝히고 “우리가 단단하게 다져지면 우선 외연이 넓어지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큰 통합을 하나씩 이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 대표의 빅텐트론인 ‘보수 대통합’ 공론화는 원심력이 커져 가는 바른미래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이 된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국회 의석수는 29석으로 보수 색채가 짙은 의원이 10여 명에 이르며 이들이 모두 때를 기다려 한국당으로 들어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다 무소속 의원 7명 중 보수성향의 상당수도 한국당으로 기울어지고 있어 올 가을쯤이면 한국당의 의석수가 여당인 민주당(128석)과 비슷한 비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갖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황 대표의 ‘빅 텐트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번 선거에서 우파를 통합해야만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보수 대통합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존중한다면 누구에게나 문호를 여는 것으로 한국당은 많은 분을 품을 큰 저장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 성산구에서 3.57%의 득표를 한 바른미래당은 벌써부터 당을 쪼개자는 발언까지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당 계열 의원들과 뿌리가 같은 민주평화당 의원들 간에 연대 또는 통합의 ‘제3지대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보선 패배에 대한 손학규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이 8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의 분열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손학규 당 대표를 “찌질하다”고 비판한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1년 정지’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다 국민의 당 출신으로 손 대표계인 이찬열 의원은 “깨끗하게 갈라서자”는 말까지 하는 등 바른미래당의 현실이 당명과는 정반대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손 대표는 ‘자강론’을, 바른정당 출신의 보수 성향 의원들은 ‘보수대통합’, 국민의당 출신 호남 지역구 의원들은 평화당과 통합을 이뤄 호남세를 도모하고 있어 당이 세 갈래로 쪼개져 공중분해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이 흡수통합을 노리고 있는 대한애국당의 경우 이번 창원성산 보선에서 신순정 후보가 838표를 얻어 504표라는 간발의 표차로 정의당에 석패한 한국당으로서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한애국당이 얻은 표가 우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는 말 속에 앞으로 한국당의 보수 대통합 의지를 읽을 수가 있다.

그러나 대한애국당의 조원진 대표는 ‘탄핵 5적’인 김무성, 김성태, 유승민, 권성동, 홍준표 등 5명을 정리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한국당의 보수 대통합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민주당도 야권의 합종연횡을 보고만 있을 것 같지 않다. 한국당의 세 불리기에 내년 총선에서 ‘기호 1번’ 사수를 위해서도 평화당 일부 의원과 무소속의원을 대상으로 입당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새 판짜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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