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마음이 간 적 없었다. 고요를 알기

위해선 나의 고요를 다써버려야 한다고. 가두어둔 물. 멈

춰 있는 몸.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버티기 위해선 버틸 만한 곳이 필요했다. 눈동자가 흔

들릴 때, 몸은 더 크게 흔들린다. 중심을 잡기 위해 비틀

리는 몸짓. 거울이 나를 도와주진 않는다. 노크하기 직전

의 마음을. 울 수 없는 마음을. 나는 불 꺼진 창을 본다.





<감상> 나를 받아주지 않는 너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사랑은 더 간절하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자연히 마음이 갈 리가 없다. 네 말을 믿지 못하므로 고요에 침잠하여 고요를 다 써 버리고, 몸은 움직이지 못한다. 백석 시인이 말한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랑이라 할까. 밝고 환한 사랑이 아니므로 불 꺼진 고백이 될 수밖에 없다. 네 창은 불 꺼져 있고 내 고백도 불 꺼져 있으므로 노크할 수 없고, 울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나를 버티기 위해서 버틸 만한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거기서 홀로 울음은 닫히고 눈동자와 몸은 흔들려 주체할 길이 없다. 세월에 흔들리다 보면 고요가 고요를 끌어안듯 아픈 사랑도 멈추었으면 좋겠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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