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1990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처음…‘매우 불쾌’ 거침없는 표현 눈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는 29년 만에 남측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연단에 올라 미국을 향해 ‘돌직구’ 압박을 날렸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의 둘째 날 참석해 글자 수로 1만8천자, 47분 분량의 대내외 정책 등과 관련한 시정연설 전문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회의 첫날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12일 회의 둘째 날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장면이 담긴 7분 분량의 편집영상을 방영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회의 장소인 만수대의사당에 등장하자 의사당을 가득 메운 대의원들은 들뜬 표정으로 기립박수를 보내며 ‘만세’를 연호했다. 눈물을 흘리는 대의원도 있었다.

환영 속에 연단에 오른 김 위원장은 A4용지 크기의 시정연설 원고를 손으로 넘겨가며 낭독했다. 글자수로 1만8천여 자에 달하는 긴 연설의 도중에 김 위원장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풀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영상 속에서는 무대 위 주석단에 앉은 간부들도, 객석을 가득 채운 대의원들도 하나같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며 옮겨적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한 것은 김일성 주석이 1990년 5월 최고인민회의 9기 1차 회의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최고인민회의는 물론이고 육성 메시지를 발표한 사례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할아버지 따라하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신년사 역시 집권 후 첫 새해였던 2012년 아버지의 신년 공동사설 형식을 한 차례 따른 뒤 이듬해부터 할아버지의 ‘육성통치’를 따라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시정연설이 대내적으로는 김일성 주석의 연설을 연상시키며 자연스럽게 ‘체제 정통성’을 부각하면서 동시에 일종의 ‘당면한 지침’으로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시정연설에 김 위원장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이 상당수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그는 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한미군사훈련 재개 등을 거론하면서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관련해서는 “하노이 조미(북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하는가 하면, 남측 정부를 향해선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제대로 된 자세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라며 “어떤 결정이 끝난 상황이 아니라 협상에 아쉬움을 남긴 상황에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비속어 등 시정연설로는 담기 불합리한 그런 격에 맞지 않는 용어들이 있었다”며 “대외·대남 메시지 톤을 조금 더 부각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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