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2020 4·15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 경북·대구(TK)지역 정치 지망생들이 여의도를 바라보며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경북과 대구가 처한 현실이 너무나 절박해서 경북도민과 대구시민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TK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지역민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들이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입지가 결정되고 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선량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원자력발전소해체연구소(원해연) 입지 결정이다.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는 본원이 부산·울산에 가고 전체 예산의 3분의 1도 안되는 분원이 경주에 들어서게 됐다. 분원 이란 이름 대신 마지못해 ‘중수로해체연구소’라고 발표했지만 사실 실권이 없는 작은 분소라 봐야 한다. 우선은 3분의 1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겠지만 모든 결정은 본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해가 지나면 그 기능이 축소될 것이 뻔한 이치다.

이런데도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수로해체연구소니, 중수로해체연구소니 하면서 그중 하나가 역주에 왔으니 의미를 부여한다고 했다. 이 껍데기 원해연을 유치하느라 경주시민은 물론 경북 지역민들이 지난 5년 간 온갖 노력을 경주해 왔다. 부산·울산에 들어서는 본원이 국내 원전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경수로를 맡고, 소수에 불과한 중수로를 경주에 주겠다는데 경북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윌빙 정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경북과 대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같은 홀대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하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이제 정치권이 지역 홀대에 대해 무감각해 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TK 출신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연초에 정부가 거대 국책사업 예산을 나눠주는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뿐 아니라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유치를 위해서도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말대로 ‘들이대 봤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공허한 빈손 뿐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과 경합 중인 축구종합센터나 물기술인증원 등도 경북·대구에 유치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예타 면제 사업이나 원해연처럼 현 정부의 사업들이 정치적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보아왔기에 하는 말이다. 이처럼 지역의 미래 발전을 담보하는 사업들이 정치적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데도 지역 정치권은 뭘 했나 하는 지역민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지난 9~11일 한국갤럽의 내년 총선 관련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TK에서 ‘내년 선거에서 지역구에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5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내년 총선 주자들은 여의도에 눈 둘 것이 아니라 지역 현안부터 챙겨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은 1년 동안 누가 지역 발전을 이룰 참 일꾼인지를 철저히 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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