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내로 바꾸고
차는 쪽배로 바꾸면
흐르고 흘러 닿을 수 있을까

무릉武陵

복사꽃 붉게 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젓대를 불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와 내 무릎을 베고 눕는 수평선

설익은 음률에도 바다는 파도를 파견하여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로
보구치 복복
성대는 분홍, 꽃분홍

복사꽃 풀풀풀 흩어질 때
자꾸 뒤돌아보며 작별하는 어깨 너머
화개花開를 기약할 까닭들이 차곡차곡 쟁여진 고리짝이 있어……

내는 다시 도로로 바꾸고
쪽배를 차로 바꿔
밟아, 밟고 또 쌔려 밟으면 세월을 추월하여 먼저 닿을 수 있을까, 내년도, 후년도, 내후년도치

도원桃源




<감상> 시인이 무릉에 가고 싶은 마음을 수평선도 가지고 있는 걸까. 바다는 시인의 대금소리에 파도로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까지 곁들여 푸른 소리판을 펼쳐 놓는다. 창(唱)에 따라 복사꽃도 춤추며 흩어지고 또 다시 화개를 기약한다. 시인과 복사꽃과 수평선 사이에 설익은 음률이 놓여 있으므로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다. 화개를 기약하는 까닭은 잘 모르겠으나 차곡차곡 고리짝에 긴 사연들이 쟁여진다. 세월을 추월하여 내년, 내후년도 몫까지 복사꽃을 미리 보고 싶은 간절한 염원을 복사꽃 수평선에 걸어본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세월을 추월하여 먼저 무릉도원에 닿을 수 없기에 간절함은 더해진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