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주저앉았다. 15일(현지시각) 대성당의 첨탑이 붉은 불길과 검은 연기의 화마에 휩싸인 채 힘없이 무너지자 이를 속절없이 지켜보던 파리지앵과 관광객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과 탄식을 쏟아냈다. 800여 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파리의 상징이자 인류의 유산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무너진 순간이었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소실돼 프랑스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애통해 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대성당의 첨탑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내부 유물도 대거 소실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의 상부 쪽에서 불길이 시작돼 내부 목재 장식 등으로 옮겨 붙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82년 만인 1345년 축성식을 가졌다. 이곳에서 나폴레옹의 대관식,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이 거행됐고,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등 많은 예술작품이 영감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 고딕 양식의 절정으로,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순례 고정 코스이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 성당을 포함한 센강변을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860년 가까이 버텨온 목재 구조물들이 한순간 화재로 소실된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명한 프랑스의 에펠탑을 능가하는 하루 평균 3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 프랑스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대화재는 우리나라 중요 문화재는 물론 지역 문화재 관리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성당 화재를 보면서 우리 국민은 누구나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에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가 오버랩 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당시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보다 앞서 2005년에는 강원도 양양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식목일인 4월 5일 우리나라 관음보살 신앙의 본향인 낙산사에 옮겨붙어 대웅전, 보타전, 원통보전, 요사채, 홍예문 등이 잿더미가 됐고, 보물 제497호 ‘낙산사 동종’도 불탔다.

지역에서도 화재로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04년 4월 18일에는 토함산에 산불이 발생해 자칫 불국사와 석굴암 등 귀중한 문화유산을 잃을 뻔했다. 또 2010년 연초에는 역시 토함산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심야에 잇따라 발생해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당시 화재는 불국사에서 6.8㎞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주로 목재로 만들어져있어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지자체와 함께 소방시설 점검과 현장 관리체계를 재점검하고 화재 대응 방안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역 문화재 관리에도 경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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