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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난 4월 11일 저녁 7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 에르켈(Erkel)극장에서 대한민국의 창작오페라 ‘능소화 하늘 꽃’이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은 대한민국과 헝가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하우스가 함께 준비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헝가리 국립오페라단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하여 헝가리의 창작오페라 ‘반크 반’을 무대에 올렸고 이에 화답하는 의미로 ‘능소화 하늘꽃’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공연된 것이다.

‘능소화 하늘 꽃’은 1990년대 안동지역에서 실제로 발굴된 약 420년 전의 남자 미라와 그 옆에서 함께 발견된 아내의 편지, 그리고 남편이 낫기를 바라며 머리채를 잘라 만든 짚신 등을 모티브로 처음 제작되었다. 초연작 ‘원이 엄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편지를 시작으로 오페라로 만들었고, 수백 년의 세월과 죽음으로도 막지 못한 부부의 절절한 사랑을 그려내며 큰 감동을 주었다.

원작을 각색하여 2017년에 선보인 ‘능소화 하늘꽃’은 원작의 중심인물이었던 ‘원이’라는 아이 대신 애틋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대본과 음악을 대폭 수정하였다. 또한 가상의 존재인 하늘 정원지기 ‘팔목수라’의 비중을 높여 그를 통해 삶과 죽음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동양적인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오페라의 주된 감정선인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 과거 대한민국의 혼례와 장례 문화 등과 같은 한국적인 정서들이 많이 담겨있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과 헝가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양국의 국가로 무대를 시작하였다. 오페라의 서곡과 여주인공 여늬의 아리아로 막이 열리고 이어진 하늘정원 장면에서 합창단의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1700석 규모의 에르켈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중 500명 정도가 대한민국의 교민들이었다. 이들은 헝가리 사람들이 한국어로 합창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그 감격을 환호와 박수로 나타냈다. 중간 휴식이 끝난 이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전통 혼례식과 혼례를 축하하는 사물놀이 공연에서는 객석이 다시 한 번 후끈 달아올랐다. 이후 남자주인공 응태의 죽음과 애잔한 부부의 구슬픈 이중창에 객석은 끝내 눈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위해 연주자 한 명 한 명이 무대로 오를 때 관객들은 기립을 하고 박자를 맞추어 기차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이후 앙코르곡으로 헝가리 전통 곡과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 때에는 관객들이 좌석에 앉지 않고 기립한 상태로 연주자들을 진정한 사랑의 눈으로 응원하였다. 공연이 완전히 끝난 후 관객들은 함성과 기차 박수로 뜨겁게 환대해주었고 이 공연을 본 헝가리의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팔로잉하고 응원의 글도 남겨주었다. 헝가리에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시스템도 다르고 공연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서 준비하는 동안은 많이 힘들었지만 보람과 뿌듯함을 가득 안고 막을 내렸다. 이 공연을 위해 수고한 35명의 우리 지역 문화사절단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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