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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기획자(ART89)
“도록 3~4천만 원 인데 할 수 있어요?”

“네?”

작가가 전시를 하지 않으시겠다는 건지, 나를 실험하신 건지 작업실에서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몇 년 전 서울 한가람 미술관에서 경북지역 교수展이 열렸다. 그 작품 중에 알 수 없는 선들의 움직임이 작가의 기운에 의해 표현된 그림이 있었다. 얼른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대구. 나를 마중 나온 작가는 펑키 락(PunkRock) 분위기였는데,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달라붙는 재킷과 뚜껑이 없는 빨간 지프차를 타고 있었다. 색이 간간이 드러나고, 자유로운 듯이 보이지만 절제된 깊은 먹을 쓰는 작가를 ‘이 분?이...’하고 생각했었다.

작업실 한 켠에 많은 책과 수없이 연습되어진 신문, 종이 뭉치들. 바닥에는 먹과 색채의 흔적들이 있었다. 작가가 내밀었던 도록에는 각종 수묵, 채색의 그림들과 오브제 등이 담겨 있었다. 알 수 없는 선들과 색. 작가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알 수 없는것(추상적인)에 대해 작가가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설명한 부분이 있어서 올려본다.
Alas spring gone again 어이쿠 봄 간다 권기철 作

텔레비전에서 벽에 못을 박아 주는 남편에게 “고마워 여보”하고 말하는 새색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벽에다 못을 박아 주는 매형에게 내 누님이 하던 말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누님은 그때 먼 산에다 하는 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더군요 “서방 없는 년은 대체 어찌 사노”(이윤기 ‘어른의 학교’전문)

작가의 삶과 기억의 경험을 알아보자.

“갸륵한 유년의 기억은 붓글씨를 가지고 놀았다… 이십대 중반 대구 동산동 선배의 꼬질꼬질한 화실에서 고전음악 ‘바흐’를 만나며…자연은 소리의 집 합체다. 계절이 주는 감동의 근저에는 음률이 있으며, 이른 봄 얼음 녹는 물소리부터 겨울날 새벽에 내리는 소리까지 자연은 온갖 소리로 가득 차 있다“
Alas spring gone again 어이쿠 봄 간다 권기철 作

작가의 그림에는 삶의 흔적,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 영감을 통해 예술이 되었다. 선의 빠름과 느림으로 박자와 멜로디가 되고, 리듬은 굵고 가늘기로, 또는 길고 짧음으로, 화음은 정적인 공간으로 처리되며, 불협화음은 이질적인 색으로 전체화면에 나타난다. 수묵의 물성과 색으로 나타나는 존재의 흔적. 작가의 그림은 소리가 되고, 음악이 되었다.

몬드리안이 그린 추상화 ‘Broadway Boogie Woogie’속에 미국의 펑키한 부기우기가 들어있고 잭슨폴록과 전위 예술가이자 음악가인 존케이지 음악이 있다. 작가마다 다른 방식의 음악과 작품이 있다.
Alas spring gone again 어이쿠 봄 간다 권기철 作

‘남루한 십 대를 무던히도 속삭여준 음악. 밥 딜런, REM에 귀를 헌납하고, 그룹 플리트우드 맥의 금발미녀 크리스틴 맥비에게 순정을 바치던 때. 세월은 음악을 따라 고이흘러갔다 ’ -권기철

반전, 평화, 자유, 저항을 노래한 음유시인 음악가. 밥 딜런의 ‘Blowing in the wind’을 들어 본다.

“....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in the wind(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다네. 그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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