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협의체 가동" 제안…한국당·바른미래, 수용 의사
이미선 임명 강행이 변수될 듯

여야간 극심한 대립으로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4월 임시국회의 정상화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카드가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여야 대립에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을 빚자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을 꼭 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하면서 여야 합의 불발 시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쟁점 해결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여야 대치에 4월 국회가 중반이 지나도록 의사일정 합의조차 못 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4월 국회 초반 청와대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임명 강행에 강력히 반발한 야당이 주식 과다 보유·매매 논란을 빚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저 반대해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법안,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여야 대치 지형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여야 모두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등 민생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일단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17일 “여야정 협의체를 피할 생각이 없고, 대통령이 원하는 화제뿐만 아니라 우리도 할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의 인사실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안부 전화하듯 여야정 협의체 얘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인사 참사가 벌어진 상황인데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여야정 협의체는 언제든 열어야 한다고 꾸준히 얘기했다”면서도 “최저임금법 등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해도 국회로 가져와서 또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5일 첫 회의를 했다. 당시 분기마다 1회 회의를 하기로 합의했으나, 첫 회의 이후 여야정 협의체가 열린 적은 없다.

당시 첫 회의에서 쟁점 현안이었던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등에 대한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으나,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보완입법 마무리, 아동수당법 개정 등에 합의하며 민생·경제 입법 추진에 성과를 봤다.

여권이 첫 회의 때처럼 꽉 막힌 대치 정국을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풀어보려고 하지만 협의체 회의가 실제로 열릴지는 미지수다.

협의체는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이 끝나는 23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전에 청와대가 이미선 후보자를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할 가능성이 커 야당의 강력 반발에 대치 정국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하는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18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재요청한 만큼 19일께 이 후보자 임명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일단 신중론 속에 여야정 협의체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정국 교착을 풀자는 것인데 야당이 청와대 인사실패를 주장하며 조국 민정수석 경질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라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라며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할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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