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보선 거치며 리더십 자신감…지지층 겨냥 ‘강공모드’ 전환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말로 하지 않겠다. 이제 행동으로 하겠다”며 광화문 장외투쟁을 주도한 것이 단적이다. 같은 날 대한애국당 태극기집회가 열려 상황에 따라 섞이거나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가 나왔지만 황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총리와 맞붙는 문제를 놓고는 “같이 해볼 만한 분들과 좋은 결과가 나올 때 멋진 승부가 될 것”이라며 ‘호기롭게’ 받아쳤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공식 요구하는 한편으로, 광화문 장외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는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에게 저도 속고 우리 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표현을 썼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8년 3월 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공천을 비판하며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한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 2월 27일 취임 후 공무원 출신 특유의 신중함과 안정성을 보여왔던 황 대표가 야성(野性)을 드러내는 대중 정치인으로 변모 중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2·27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 꼬리표를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과 다소 거리를 뒀던 모습에서 ‘박근혜 끌어안기’로 보수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취임 50여일이 지나는 동안 4·3 보궐선거 등을 거치면서 당 운영과 리더십 구축에 자신감이 붙자, 보수 진영의 리더로서 보수대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전통적인 지지층을 겨냥한 ‘강공 모드’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4·3 보선에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바른미래당이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까지 돌며 내홍에 빠진 상황도 황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광화문 장외집회를 보면 황 대표가 ‘집토끼’ 수성을 통한 보수통합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가능해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새긴 깃발이 곳곳에서 등장했고, 이어진 대한애국당 태극기집회에서도 “한국당과 합쳐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한 의원은 21일 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외집회 하루 이틀 전 ‘총동원령’을 내렸음에도 수만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몰린 것은 향후 보수의 구심점이 황교안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도·보수의 외연 확장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5·18 망언’으로 김순례 의원에게 내린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가 솜방망이·눈치 보기에 그쳤다는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센데다, 김 의원의 최고위원직 유지 여부도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황 대표가 김 최고위원의 거취 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서 멀어질 뿐 아니라 사안마다 답변을 피한 채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며 ‘황세모’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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