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조 전 경주문화원장, 50년간 벼루 1500점 수집

벼루전문박물관인 ‘경주취연벼루박물관’이 25일 경주읍성 인근에서 개관한다. 사진은 박물관 전시실 모습.
“어릴 적 할아버지가 글을 쓰실 때 벼루를 갈아드리던 것이 계기가 돼 50여 년간 1500여 점의 벼루를 수집했습니다.”

동양 전통문화의 주요 문방 도구 중 하나인 다양한 벼루를 한 자리에 전시하는 ‘경주취연벼루박물관’이 오는 25일 문을 연다.

경주시 화랑로 경주읍성 서편에 자리 잡은 ‘경주취연벼루박물관’은 170여㎡ 규모의 아담한 전시실에 모두 11개의 진열장을 마련했다.

벼루전문박물관인 이 박물관에는 전 경주문화원장인 손원조 관장(77)이 1970년대 초부터 수집한 우리나라 벼루 150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되는 벼루 중에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벼루를 비롯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벼루 등 다양한 형태와 조각을 한 진귀한 우리나라 벼루를 볼 수 있다.

진열장 안에는 삼국시대 흙벼루부터 고려시대 풍자벼루는 물론 조선시대의 오석벼루와 자석벼루, 옥벼루, 수정벼루, 나무벼루, 쇠벼루, 도자기벼루 등이 설명문과 함께 진열돼 관람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처음 취미로 선조들이 아끼던 벼루를 한점 두 점 수집하기 시작하던 손 관장은 모인 벼루가 100점이 되고 500점이 되면서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벼루에 새겨진 조각들에 매료됐다.

시간이 지나 전문 벼루 ‘콜렉터’로 변하면서 지난해까지 모두 1500여 점의 벼루를 수집해 마침내 벼루전문박물관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손원조 전 경주문화원장이 50여 년 간 모은 다양한 벼루 1500여 점으로 ‘경주취연벼루박물관’을 25일 개관한다.
이곳 경주취연벼루박물관에는 벼루 이외에도 120년 된 종이를 비롯해 105년 된 먹과 70년 전부터의 각종 종이류는 물론 연적과 연상, 필세, 붓걸이, 고비 등 다양한 문방사우 관련 각종 문구류가 전시돼 선조들의 빼어난 심미안과 선비정신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벼루수집가로 소문난 손 관장은 지난 2001년 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상설개장 당시 한 달 동안 한국벼루 특별전시회를 가져 인기를 끌었다.

또한 2003년 8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본 행사 때도 일주일 동안 벼루특별전시회를 열어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손원조 관장은 “6~7세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축문을 짓고 아버지가 지방을 쓸 때마다 직접 먹을 갈아본 경험을 살려 70년대 초부터 선비사상이 깃든 문방사우 중 하나인 벼루를 수집하게 됐다”며 “지난 50여 년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투자한 많은 노력들이 너무 아까워서 결국 박물관을 개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원조 관장은 영남일보 등 35년 동안 신문과 방송 기자로 활동했으며, 정년퇴임 후 서라벌신문 발행인과 편집인으로 활동하다 2017년 후배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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