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 시사단 앞을 재현단이 지나고 있다.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이 450년 전 한양에서 고향 안동으로 간 길을 다시 걷는 재현 행사가 21일 끝났다.

도산서원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한 귀향길 재현은 지난 9일 강남구 봉은사에서 개회식을 한 뒤 이튿날 출발해 이날 오전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면서 마무리됐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삽골재 정상에서 도산서원까지 1㎞를 걸은 뒤 상덕사에서 행사 결과를 공유하고 김기현 전북대 명예교수와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했다.

안동 출신인 퇴계는 선조가 즉위한 이듬해인 1568년 조정이 거듭해서 부르자 고향에서 상경했다. 그는 대제학으로서 어린 임금을 보좌했으나, 낙향해 학문을 수양하며 만년을 보내고자 했다.

이에 퇴계는 여러 차례 사직을 청한 끝에 1569년 3월 4일 일시적 귀향 허락을 받아냈다. 다음날 바로 길을 나선 퇴계는 임금의 배려로 충주까지 관선(官船)을 이용했고, 이후에는 말을 타고 죽령을 넘어 도산서원에 이르렀다.

퇴계학 전문 연구자와 유림, 일반인으로 구성된 재현단은 고지도 전문가 조언을 받아 짠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지난 9일 서울 봉은사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 경로인 서울에서 남양주, 양평, 여주, 충주, 청풍, 단양, 영주, 안동 도산으로 이어지는 육로 250여km를 12일에 걸쳐 이동했다.

재현행사에는 8세 어린 학생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했다. 재현단은 갓과 도포로 의관을 갖추고 진행했다.

걷기 코스에서는 퇴계학 전문 연구자들이 당시 선생께서 남긴 시를 창수(唱酬)하고 강연회를 개최하여 선생의 정신과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었다.

수련원 관계자는 “도산은 나아감보다는 물러남을 택했고,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면서 학문을 연구했다”며 “이번 재현 행사는 반목과 갈등이 심해지는 시대에 우리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게 하는 가르침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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