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코믹하게 전달' 트렌드 부합…주·조연 영리한 연기

‘열혈사제’[SBS 제공]
사회악을 꼬집으면서도 스트레스받지 않게 웃겨주기까지 하니 덕분에 ‘불금’(불타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 즐거웠다.

2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방송한 SBS TV 금토극 ‘열혈사제’ 마지막 회는 18.6%-22.0%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순간 최고는 26.73%까지 치솟기도 했다.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은 22.2%-25.2%, MBC TV 토요극 ‘슬플 때 사랑한다’는 6.6%-9.0%, 7.9%-8.6%, tvN 주말극 ‘자백’은 3.8%(이하 유료가구), JTBC 금토극 ‘아름다운 세상’은 3.267%였다.

‘열혈사제’에 등장한 버닝썬 사태 패러디[SBS 제공]
◇ ‘버닝썬’까지 풍자한 시의성, 시원한 코미디와 액션

‘열혈사제’ 키워드는 사회 풍자, 코미디, 그리고 액션이다.

사회 풍자극은 그동안에도 많았지만 ‘열혈사제’ 속 풍자는 코믹을 가미해 보기 부담스럽지 않다.

가상 도시인 구담을 배경으로 사회 고위층과 수사기관이 유착된 것은 현실적이지만 그것을 잡고 벌하는 주체는 사제 김해일(김남길 분)이라는 것은 판타지다. 부정의를 목격하고 응징하기 위해 “분노할 건 분노해야죠”라며 욕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사제를 보면서 많은 시청자는 통쾌함을 느꼈다.

특히 김해일이 클럽 카르텔과 검찰 유착, 마약 유통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등장한 클럽 ‘라이징문’은 최근 연예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버닝썬 사태를 떠올리게 하며 시의성까지 확보했다.

아울러 김해일과 검사 박경선(이하늬), 형사 구대영(김성균)과 서승아(금새록) 등 면면이 예사롭지 않은 개성 강한 인물들의 이색 공조와 강렬한 카운터펀치는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떠올리게 하며 인기를 끌었다.

웬만한 영화 못지않은 액션 장면들 매번 화제가 됐다.

김해일과 황철범(고준) 간 결투는 물론 여형사 서승아의 시원시원한 액션도 볼거리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김남길 등의 부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중도하차 없이 극을 무사하게 마쳤다.

‘열혈사제’의 김남길[SBS 제공]
◇ 영리한 김남길, 매력 발산 이하늬, 개성만점 조연들

김남길은 이번에도 영리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초반부터 몰입도, 캐릭터 분석력, 극 장악력 등 전방위에서 내공을 발휘했다.

초반에는 시시각각 분노하는 김해일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시청자 눈을 붙들었고, 중반부터는 여러 사건·사고와 공권력의 정경유착 등 현 사회 문제점인 악의 카르텔에 진심으로 분노하면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안겼다.

특수요원이었던 과거를 등지고 성직자 길을 걷기로 한 김해일이지만, 사제복을 입고도 빠른 두뇌 회전과 상황 판단력,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며 그동안 미디어가 다룬 사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열혈사제’의 이하늬[SBS 제공]
‘극한직업’으로 전성기를 연 이하늬는 ‘열혈사제’로 그 열기를 이어갔다. 더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 덕분이다. 미스코리아 출신답게 훤칠한 체격과 화려한 얼굴 뒤에 숨은 코믹 DNA를 이번에 제대로 과시하면서 극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김남길과 김성균의 코믹 호흡 역시 돋보였으며, 조연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JTBC ‘미스티’에서 섹시한 매력으로 치정극에 자신만의 색을 입힌 고준은 이번에는 구수한 사투리와 능청스러움을 장착해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악의 고리 강석태 역 김형묵, 정동자 역 정영주는 이번에도 신스틸러로 활약했으며, 알고 보니 ‘타짜’였던 수녀 김인경 역 백지원과 진짜 외국인인가 싶었던 쏭삭 역 안창환도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녹두꽃’[SBS 제공]
◇ SBS 금토극 첫 주자부터 ‘대박’…‘녹두꽃’으로 굳히기 전략

SBS TV는 그동안 금요일 밤 ‘정글의 법칙’ 등 예능으로 경쟁하다 ‘열혈사제’를 기점으로 금토극을 도입했다. MBC TV ‘나 혼자 산다’ 등이 금요일 블록에서 화제성을 가져가면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 첫 작품인 ‘열혈사제’부터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대박’을 치자 SBS는 후속작으로도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주연의 대규모 사극 ‘녹두꽃’을 편성하면서 ‘굳히기’에 나섰다.

SBS 금토극은 이렇듯 금요일 밤은 물론 토요일 밤까지도 MBC TV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예능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최적의 전략이 됐다.

tvN이 최근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을 끝으로 ‘불금시리즈’를 잠시 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열혈사제’ 후속작 ‘녹두꽃’은 오는 26일 오후 10시 첫 방송.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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