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 추진위, 공적 등 심의신청…대구시 "경관조성계획 부족" 반려
추진위 "계획보완 재심의 할 것"

미대마을3·1독립만세운동기념비추진위원회가 미대동 4·26만세운동을 벌인 애국지사 8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건립장소로 제시한 동구 미대 마을 인근 공원.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넓은 논밭과 푸른 초목이 공존하는 대구 동구 미대동. 100년 전 대구 지역에서 유일하게 마을 단위로 3·1 만세운동 거사가 일어났던 장소다. 당시 일제의 국권침탈에 항거한 강촌마을 청년 8명이 최근 재조명을 받고 있다. 미대마을3·1독립만세운동기념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미대동 애국지사들을 공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건립 등 사업들을 추진하면서다.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독립운동사와 추진위 등에 따르면 채봉식·희각·갑원·학기 등 4명과 채경식·명원·송대, 권재갑 등 4명은 각각 1919년 26일과 28일 오후 10시께 당시 달성군 공산면 미대동(현 동구 미대동) 마을 인근 여봉산에 올라 다음날까지 만세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만세운동을 뒤늦게 안 일본군과 경찰에 붙잡혀 같은 해 5월 17일 대구지방법원에서 각각 8월(채봉식, 채희각, 채갑원, 채학기)과 6월(채경식, 채명원, 채송대, 권재갑)의 징역형을 받아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현재 8명 중 7명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나 자손이 끊긴 권재갑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 1월부터 대구 지역에서 유일했던 마을 단위 만세운동의 유적과 공적을 재조명하는 취지로 기념비건립을 추진했다. 미대동 3·1 만세운동과 애국지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유적지 여봉산 탐방, 3·1 만세운동 선양비 건립추진 발기인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권재갑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도록 포상신청을 냈고 미대마을 기념비 선정과 계약, 비명과 비문 작성 등 심의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지난 15일 열린 기념비건립 심의에서 대구시는 설립추진계획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 ‘3·1 독립만세운동 기념비’라는 비명이 지역 만세운동 발상지로 오해할 수 있고 4.3m의 기념비 크기에 맞는 경관 조성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번 건립된 기념비는 오랜 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처음 건립할 때 제대로 하자는 추진할 필요성이 있어 부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대동 만세운동 기념비설치사업이 대구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의 의인을 기리는 큰 의미가 있어 심의 때 지적받았던 사항들을 보완한 후 재심의를 받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념비건립에 대한 희망적인 견해도 내비쳤다.

추진위는 기념비건립이 한 차례 불발됐지만, 재심의에서 허가를 받도록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주원 추진위 사무처장은 “조례로 정한 규격이 없어 주관적인 판단으로 심의되는 표지석의 크기에서 지적을 당해 당혹스러웠지만, 심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념비의 크기, 조경환경 조성과 안전 계획 등을 보완해 기념비 설립 재심의를 받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힘을 모은 기념비설립추진사업을 꼭 성사해 미대동 독립만세운동 애국지사 8인의 의지를 빛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재용 기자, 조한윤 수습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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