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의 말대로 명마와 구슬을 우나라 왕에게 보냈다. 명마와 구슬을 본 우나라 왕은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책사 궁지기에게 물었다. “선물을 받고 길을 빌려주는 것이 어떻겠나?” “진나라는 우리에게 길을 빌려 괵을 무너뜨린 뒤에 반드시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길을 빌려줘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우리나라와 진은 이빨과 입술 같은 사이로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린 것처럼 괵이 망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위태로워 집니다” 순식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이치를 내세워 길을 빌려주지 말라고 말렸으나 선물에 눈이 먼 왕은 진나라에 길을 빌려주고 말았다.
진나라는 괵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마저 집어삼켜 버렸다. ‘길을 빌어 괵을 멸하다’라는 사자성어 ‘가도멸괵(假途滅괵)’은 이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나라를 잃고 달아나던 우나라 왕이 목이 말라 수행하던 신하에게 마실 것을 주문했다. 신하가 맛있는 술을 갖다 바쳤다. 배가 고프다고 하자 흰 쌀밥에 고기 반찬까지 대령했다.
왕이 물었다. “이 황망 중에 술과 진수성찬을 어찌 준비했느냐?”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신하의 대답에 황당해진 왕은 “어찌해서 미리 준비해 두었느냐?”고 물었다. “왕께서 피난하실 때 필요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럼 내가 망할 것을 알고도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느냐” “나라가 망하기 전에 제 목이 먼저 달아날까 두려워 그랬습니다.” 바른말을 했다가는 목이 달아날 염려 때문에 사전에 진언을 못 올렸다는 신하의 대답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른말 하는 신하를 아우르고 포용 하나냐, 못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린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리에 맞는 말을 하면 자리 보전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국민이 많다.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그르쳐지고 있는데도 고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