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면 어쩌나 나는

지는 꽃을 아직은

보낼 수 없음이네

꽃이 지면 어쩌나 나는

피는 꽃도 아직은

마중할 수 없음이네

꽃은 지기 위해 피는 게 아니듯

피기 위해 지는 건 더욱 아니라네

사랑한다면 사람아

꽃과 같이는 살지를 마라

지는 꽃 피는 꽃

모두 다 색깔 있어

아득한 그리움 담지 못하나니

누가 시켜서 흐르지 않는

물빛은 세월 비켜 그대로이듯

그대 마음에 절로 녹아 별이 된

은근하고 온유한 기다림이 있다면

한 줄기 강물로

강이 되어 흘러라

[감상] 꽃이 지고 피는 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과 지는 꽃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생도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지 않듯이 죽는 것도 죽고싶어 죽은 것이 아니다. 그저 한줄기 강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흘러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운명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을 것이다. (시인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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