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천국 구룡포 - 맛내기 작업 한창

뱃사람들의 먹거리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오는 과메기.

보통 꼬들하면서도 수분이 남아 있어 야들한 과메기 살을 실파나 마늘, 김으로 싸서 미역 혹은 배추에 올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코끝시린 겨울 바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 밥반찬으로도 좋아 과메기 고장인 구룡포 사람들은 찬밥 한 공기에 과메기만 있으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고 귀뜸한다.

식용유를 넣지 않고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의 밑반찬으로 제격이란다.

겨울철 주당들의 안주로, 일반인에겐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인 과메기가 한창 포항 구룡포에서 익어가고 있다.

23일 오후 2시 구룡포읍 구룡포리에 자리 잡은 바다상사 과메기 덕장은 과메기를 만드는 숙련된 인부들로 분주했다. 제각각 자신의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그 과정에는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노련함과 질서정연함이 느껴졌다.

400여평의 작업장 안에는 4-5명의 아낙네들이 가을철 원양어선에서 잡아 얼려 논 꽁치를 해동하고 꽁치를 씻어 배를 따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어 건장한 남성들이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건조 덕장에 내건다.

원양산 꽁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원양어선의 경우 어획한 꽁치를 곧바로 냉동시켜 위생상태가 양호한데다가 멸균 기능까지 더하기 때문이다. 또 생고기는 위생에도 문제지만 작업할 때 배를 따기 힘들기도 하다.

“과메기철인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구룡포과메기는 주민들의 주요수입원으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덕장 주인 김봉희씨는 보통 새벽 2, 3시에 작업장에 나와 일을 하지만 요즘처럼 신이 나는 날은 드물다고 말했다.

통과메기의 경우 짧게는 15일, 길게는 30일 말려야 했지만 요즘은 내장과 뼈를 추린 편과메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손질된 편과메기는 3일간(60-72시간)의 냉동, 해동 과정을 거쳐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게 된다.

첫째 날에는 새벽 일찍 손질한 꽁치를 작업장에 걸어두면 새벽 찬바람에 내동됐다 해가 뜨면 찬 해풍에 자연 해동된다.

자연식으로 건조시켜야 제 맛이라는 김씨는 하지만 온도, 수분, 재료가 딱딱 맞아야 진짜 구룡포과메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추워도 덕장 내 온도가 영하 2도 이하로 떨어지면 안되고 수분도 35%를 유지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방식을 고수하는 김씨의 덕장에는 난로와 선풍기가 나란히 구비돼 있다. 또 6-8월에 잡히는 꽁치는 육질이 단단하지 못해 과메기용으로 부적합 하지만 가을에 잡히는 꽁치가 제격이란다.

김씨는 “예전에 녹차, 솔잎가 혼합된 과메기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지만 과메기의 특성상 기름기를 배출해 혼합이 되지 않았다”면서 “뭐니뭐니 해도 예전방식그대로의 과메기가 일품”이라고 말했다.

한 아주머니는 “먹을 때 손질하기가 좀 귀찮더라도 내장의 맛까지 그대로 밴 통과메기가 진짜지. 하지만 요즘은 통과메기를 구하기 힘들다”며 거들기도 했다.

3일간의 건조과정을 마친 과메기는 20마리가 들어있는 일반포장지에 넣어져 현재 1만원에 판매되고 10마리가 들어있는 진공포장(550g)된 과메기는 6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전부터 과메기를 장기보관할 수 있는 진공포장기기가 도입되면서 일반인들이 굳이 구룡포를 찾지 않더라도 손쉽게 백화점과 할인매장에서 구룡포과메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구룡포의 과메기는 바닷바람과 맑은 햇살을 받아 얼었다가 녹았다가를 반복하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붉은 색이 돌고 윤기가 흐르며 탄력이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는 구룡포과메기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주말이 되면 구룡포 읍내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파들로 붐빈다는 김씨와 덕장 인부들의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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