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장식 포항시장의 종교편향문제로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이후 이들의 평화적이고 깨끗한 시위문화가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3만명이상의 신도들이 집회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일주일동안 교통 및 시위대책마련에 부심했던 포항 남·북부경찰서는 시위가 일사분란하면서도 평화적으로 끝을 맺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난 여름 건설노조 시위진압과정서 경찰과 근로자가 유혈사태를 빚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포항지역 최대의 시위집회가 예상되자 경찰은 일주일간의 대책회의도 모자라 이날 오전 또다시 합동대책회의를 갖는 등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날 이른 아침부터 집회장소인 포항종합경기장에는 경북도내는 물론 인근 각지에서 승용차와 관광버스를 이용해 줄잡아 2만여명의 신도들이 모여들었지만 하루종일 교통체증조차 발생하지 않은 채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들은 이날 새벽 집회장소인 종합운동장과 당초 이동할 계획이었던 한전삼거리에서 포항시청간은 물론 시내 전역에 걸쳐 집회에 따른 교통통제계획 및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종합운동장에서 집회를 끝낸 뒤 참가자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독려함으로써 그들이 떠난 자리는 2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던 자리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오후 3시이후 시청 시위과정서 다소 과격한 모습도 보이고, 일부 도로가 정체돼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게 사실이지만 집행부측의 적절한 통제와 참가신도들의 협조로 당초 우려와는 달리 특별한 사고없이 마무리지었다. 특히 집행부는 오후 4시35분께 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불자님들 담을 넘어 시장님을 잡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대자비를 배우는 불제자로 여기서 집회를 마치고 또다른 투쟁에 나섭시다”고 자제시킴으로써 평화시위의 귀감이 됐다.

이처럼 자칫 격화될 우려가 높았던 시위가 정연하면서도 평화롭게 끝을 맺자 경찰관계자들이 감사의 뜻을 밝히는가 하면 집행부 관계자가 ‘경찰서장님을 시장으로 추대하자’고 외쳐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루는 보기좋은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포항 생기고 가장 많은 시위군중이 모였지만 이렇게 조용히 끝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과격한 충돌만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게 아니라 이같은 평화적 시위가 오히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한 경찰관의 말은 선진시위문화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케 해 줬다.

한편 범불교도대회 집행부는 시위가 끝난 뒤 청소는 물론 시가지 곳곳에 붙여놓았던 시위관련 플래카드와 안내판을 밤새 수거함으로써 16일 포항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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