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현기자

“대구의 공장들 어디에서 온 줄 압니까. 대부분 경북에서 왔습니다.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겁니다. 이래놓고 대구와 경북이 무슨 경제통합입니까”

어느 중소기업인이 이런 말을 하기에 정말 그런가 싶어 취재에 나섰다.

우선 경북도청 관련 부서에 올해 경북을 떠난 기업이 얼마이고 어디로 떠났는지를 알고자 했다.

그런데 첫 단계부터 절망을 해야 했다. 담당자는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다면 올해 도내에 얼마나 기업이 새로 생겨났는지 알 수 있는가”라고 물으니 “그것도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

연말이 다 됐는데도 경북도에 올해 들어 기업이 얼마나 생겼고, 유치됐으며, 또 떠났는지 등의 현황을 경북도는 전혀 모르고 있다.

때문에 떠난 기업은 경북도의 어떤 조건이 안 맞아서 떠났는지, 타시도에서 들어온 기업이 있다면 그곳을 왜 떠났고 경북도의 어떤 조건이 맞아서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 ‘여건’과 ‘현황’을 알아야 기업을 유치하고, 또 ‘기업하기 좋은 지역’ 정책을 펼 수 있지 않은가.

답답해서 또 물었다. “그렇다면 기업체 현황을 언제 조사하느냐”

대답은 “연말 기준으로 1년에 한 번 씩 하는데 집계를 하고 연보를 내자면 내년 2~3월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보건위생과의 경우 관내 음식점 등의 현황을 1년에 4번씩 파악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경북도내의 기업은 식당이나 노래방보다도 관심 밖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하기 좋은 경북도’, ‘일자리 7만개 창출’, ‘대구시와 경제통합’을 외치는 경북도의 ‘경제 살리기 정책’의 현주소다.

‘한국물산’이라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남 장성군의 한 공무원이 이 회사의 사장과 함께 발로 뛰면서 다른 곳에서 한 달 걸리던 것을 하루만에 해결해 주었고 그래서 이 회사 사장이 장성군 기업유치의 홍보대사가 돼 다른 기업들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덩달아 따라오게 된 것이 어쩐지 꿈 속의 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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