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우울-희망-심한 우울-수용
환자의 상태따라 적절한 대처 필요

정현식(선린병원 종양내과 과장)

암이 처음 진단되었을 때 환자나 가족분들이 느끼는 감정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대략 5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1단계는 부정의 단계로 암이 진단되었지만 나는 암에 걸릴 리가 없어, 암이 아닐거야, 무언가 오진일 가능성이 높아, 하며 다른 병원을 찾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 곳의 병원에서 동일한 진단을 받고나면 왜 내게 이런 심각한 병이 오게 되었나 하는 2단계 우울의 시기가 옵니다. 이때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식욕이 떨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집니다.

한동안 기운이 없고 지쳐 있다가 3단계인 희망의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 때는 암이라 하여도 한번 도전하여 암을 극복해 보자 하는 새로운 희망을 가집니다. 수술도 좋고 항암제도 좋으니 최대한 암과 싸워보자고 합니다. 이때 수술이 잘 되었거나 항암제 치료를 하여 암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어 효과가 좋으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서 암이 재발하거나 항암제 치료에 반응이 없이 계속 암이 커지면 환자는 다시 4단계인 심한 우울의 단계에 들어갑니다. 앞날이 걱정이고 자신뿐 아니라 남게 될 처와 자식에 관한 염려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용의 단계가 옵니다. 모든 것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신의 섭리를 받아들이며, 주위 사람들과도 화해합니다. 평소에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던 분들은 사과도 하고 마음에 응어리졌던 부분은 풀려 합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평안한 가운데에서 조용한 임종을 맞이합니다.

이런 5단계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특정한 부분이 무적 길거나 반대로 짧게 지나갑니다. 1단계인 부정의 시기가 오랜분들은 여기 저기 병원을 돌아다니는 시기가 너무 길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우울의 시기가 긴 분들은 극도의 상실감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암을 암으로 바로 알려 드리는 경우가 적어 이러한 심리적 단계를 올바로 거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알려드리지 않기에 자신이 암에 걸렸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말기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환자에 있어서 일반적인 심리 5단계를 알고 있다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고 환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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