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지난 8,9일 이틀간 포스코 협동스포츠센터 풋살구장에서 이색적인 축구경기가 열렸다.

운동장 전체에 보호대가 설치되고 그라운드에는 모든 경기자들은 머리보호대와 이중으로 된 안대를 낀 채 오로지 '따르르'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축구공 소리에만 의지해 달리고 공을 차는 시각장애인 축구경기였다.

우리나라에 공식적인 시각장애인축구경기가 도입된 것은 불과 수년전.

이날 열린 대회도 이제 3회째를 맞는 전국시각장애인축구대회인데다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다.

앞을 전혀보지 못하는 전맹경기는 소리나는 축구공과 선수들끼리 내는 소리신호, 그리고 골대와 양사이드에서 공위치를 신호해 주는 보조경기자 외에 관중들이나 대기선수들은 소리를 낼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열린 협동스포츠센터 경기장은 인근 공장가동소리와 31번국도를 지나가는 차량소리들로 인해 선수들은 인조잔디위를 빠르게 굴러가는 희미한 축구공를 듣지 못해 멍하니 서있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전국에 걸쳐 시각장애인 축구전용구장이 전혀없다보니 부득불 이 경기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반인들의 풋살경기를 위해 만들어놓은 구장이라 전맹경기장으로는 부족함이 많았다.

이들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에는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반인들의 관심이 이렇게 부족할 수 있었을까하는 부끄러움이 솟아올랐다.

이날 경기 관람차 올라온 시각장애인울산지회장은 "전국의 시각장애인 축구선수들이 이보다 못한 상황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정안인들에겐 인조잔디가 좋을 지 모르겠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차라리 부상을 입더라도 소리가 잘 나는 운동장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정안인들의 풋살구장 한켠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장 하나 만드는데 큰 돈이 들어가지 않을 건데 전국 어디에도 그런 곳이 없다며 푸념을 털어놓았다.

그들의 경기를 바라보며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시각장애인 전용구장을 마련해 줘야 함을, 그리고 기자 역시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가슴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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