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이씨 집성촌 한개마을 고택 60여채
참외학습원 등 체험프로그램 인기 만점

수령 300~500년생 왕버들이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성밖숲' 전경

"조선시대 최초로 왕자의 태(胎)를 안치한 곳은 어디일까요?"

'참외의 고장'인 지금의 성주가 왕자들의 태를 보관하는 태실이 많아 역사적으로 '태실의 고장'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드물다.

성주는 또 '의열문화의 고향'으로도 불린다. 이처럼 성주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문화유적들이 곳곳에 있다.

경북도와 성주군은 이같은 문화유적과, 성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나는 체험프로그램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지난 달 3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경북도내 다른 시군들보다는 세 배나 긴 '시군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성산이씨 집성마을인 한개마을 전경

'시군 주간'의 단골메뉴는 '주말테마여행'이다. 성주군은 지난 달 31~6월 1일 수도권 지역의 관광객 17명을 초청, 주말여행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대산리의 한개마을, 월항면 인촌리 세종대왕자태실, 성주향교, 참외생태학습원, 가야산 중기마을, 금수문화예술마을, 성산리 고분군 등을 둘러봤다.

이들이 방문한 코스는 지난 4~5일 열린 여행 잡지사 기자단, 지난 7~8일의 경북도내 문화유산해설사, 12~13일의 여행사 대표, 오는 19~20일에는 예정된 도내 문화원장 및 사무국장 등을 대상으로 한 투어에서도 똑같이 제공되는 성주군의 핵심관광자원들이다.

참외의 재배와 유통 등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하고 있는 참외학습원

이들 초청 관광객들에게 반드시 보여주는 세종대왕자태실은 무엇인가.

조선의 왕족들은 왕자가 태어나면 민간과 달리 태를 태우지 않고 항아리에 담아 전국의 명당에 안치시켰는데 성주에는 태종태실, 세종대왕자태실, 단종태실 등 모두 세 곳의 태실이 있다. 특히 국가지정 사적 제444호인 세종대왕자태실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태실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조선 세종대왕의 왕자 태실(胎室) 18기와 단종대왕이 원손(元孫)으로 있을 때 만든 태실석물 1기가 있다.

세종대왕자태실을 방문하면 반드시 연계돼 찾는 곳이 한개마을과 성산고분군이다.

한개마을 고택체험에 나선 관광객들

성주군은 "군의 대표적 문화유적인 세종대왕자태실-한개마을-성산고분군으로 연상되는 생활사 문화는 성주만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라며 "태실의 태(胎)는 생명의 탄생을, 전통민속마을인 한개마을은 생활의 공간을, 성산고분군은 죽음의 영역으로, 이 셋을 연결하면 인간의 일생인 생-활-사의 문화가 표현된다"고 설명한다.

한개마을은 성산이씨(星山李氏)가 모여 사는 마을로 조선시대 진주 목사를 지낸 이우(李友)가 정착해 터를 잡은 후 5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마을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호위 무관으로, 뒤주속에서 죽음을 당한 사도세자를 사모해 사립문을 북쪽으로 내고 평생을 은거하며 충절을 다한 돈재 이석문을 비롯, 응와 이원조, 한주 이진상 등의 이름난 선비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계 이승희 등의 인물을 배출했다.

세종대왕자태실

현재 60여 채의 집이 있으며, 대부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집들은 보존이나 관리가 양호한 집들도 있는가 하면 군데군데 허물어졌거나 퇴락한 집들도 있고 더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도 눈에 띈다.

이 가운데에는 교리댁, 북비고택, 한주종택, 월곡댁, 진사댁, 도동댁, 하회댁, 극와고택, 첨경재, 삼봉서당 등의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인 옛 담장, 월봉정, 서륜재, 일관정, 여동서당 등의 재실이 있어 문화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찾아야 할 곳으로 이름 나 있다.

성주의 대표적인 또 하나의 문화유산인 성산고분군은 성주의 진산(眞山)이라 일컫는 성산(해발 389.2m)에 자리잡고 있는 130여기의 봉토분(封土墳)이다. 봉분은 대부분 원형이고 크기는 직경 10m 내외의 것에서부터 30m 이상으로 다양하다. 성산가야(星山加耶) 또는 벽진가야(碧珍加耶) 지배집단들의 무덤들이다.

이 밖에 관광객들이 많은 찾는 곳은 태조 6년(1397) 서울에 성균관, 지방에 향교를 세울 때 건립됐으며, 향교건물에서는 보기드문 외 2출목의 다포양식에 맞배지붕을 얹어 그 규모가 타 향교에 비해 큰 편인 성주향교, 조선중기의 성리학자인 한강 정구(1543-1620) 선생이 선조 16년(1583)에 회연초당을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여 많은 국가동량의 인물을 배출했던 회연서원이 유명하다.

이와 함께 정면 7칸, 측면 7칸의 맞배지붕 □자형의 집으로 조선조 명종 6년(1551) 때 야계 송희

규(倻溪 宋希奎) 선생이 건립한 백세각, 한말 독립운동가이며 유학자인 심산 김창숙(1879∼1962) 선생의 생가인 심산생가와 그 옆의 청천서당 등도 성주의 문화관광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성주에는 또 가야시대 때 축성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용산성과 가야산성도 있고, 가야산의 심원사, 법수사지, 용기사지 등 불교문화자원도 풍부하다.

1천433m 높이의 가야산은 무흘구곡, 포천계곡 등을 끼고 있으면서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성주가 가장 자랑하는 관광자원은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 체험 프로그램의 중심지로 참외학습원이 있다. 참외의 재배·유통 등을 전시한 분야별 전시공간과 유리온실, 비닐하우스 등이 갖춰진 체험시설이 마련돼 있다. 원두막과 참외밭 전경을 연출해

놓은 전시공간에서는 참외의 원산지 및 내력, 재배현황과 전망, 참외의 기원·변천사 등을 비롯해 다양한 참외 품종, 하우스의 발달단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야외 체험공간에는 참외 재배과정을 볼 수 있는 유리온실과 참외 관련 농기구를 전시한 하우스, 보온 덮개 자동개폐기, 참외운반기 등 최신시설이 갖춰져 있는 하우스 등이 각각 설치돼 있다.

가야산 야생화식물원도 자랑거리. 가야산을 야생화의 메카로 조성해 우리 고유의 야생화에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국내 최초의 야생화 전문 식물원으로 406종 51만8천본(148종 1만8천 그루의 나무와 258종 50만 포기의 풀)을 보유한 가운데 종합전시관, 유리온실, 야외전시원으로 조성돼 있다.

성주군의 팸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체험 마을로 수륜면의 백운리가 있다. 마을 주변에는 기암절벽, 천태만상의 괴석,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가야산 기슭의 청정 지역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오리쌀, 우리콩, 메밀, 청정채소, 산사과, 토종꿀과 같은 특산물을 직거래 등을 통해 팔고 복조리, 짚신, 짚소구리 등을 만들어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이 제공하는 황토볼길걷기, 버섯따기, 고구마캐기, 벌꿀체험, 계곡체험, 참외가공식품체험, 감자무지, 여름철의 물놀이 등 농촌문화 체험프로그램들은 주5일 근무시대를 맞아 가족 관광객들에게 갈수록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금수문예마을도 주요 체험 코스. 폐교된 금수초등학교를 활용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이자 청소년 및 일반주민들의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에 연고를 둔 운영자 및 연극기획자들은 매년 8월 성주군 성밖숲에서 전국민족극한마당을 개최한다. '청소년 우리문화 체험교실' 및 '특기적성교육', '주민을 위한 문예아카데미' 등도 운영된다.

도예체험(도자페인팅, 도자목걸이)과 천연염색, 탁본, 가죽공예 등을 즐길 수 있는 성주아트센터(선남면 도성리)는 단체 문화체험장으로 도시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성주군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4월 성주참외축제, 8월 전국민족극한마당 축제도 열고 있다.

성주군과 경북도 관계자들은 지난 7~10일 한국국제관광박람회에 참가해 이같은 성주군의 문화관광자원을 알리고 관람자들에게 성주참외도 제공하면서 세종대왕자태 행렬도 전시해 무려 50여만명이 관람하는 등 큰 관심을 얻었다.

성주를 처음 찾은 인상에 대해 지난 주말 테마 관광에 참여한 김명환(59·서울 은평구 홍제동) 씨는 "성주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고대 건축물에 뒤지지 않았다. 숙박시설, 음식 모든 것이 좋았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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