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귀 하나 마저 잃어야 하나…
포항시 남구 대잠동 김귀숙씨
막내 재민이의 안타까운 사연

"하느님께 우리 재민이가 건강 잃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매일 기도합니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살고 있는 김귀숙(여·41)씨는 요즘 하루하루를 마음 졸이면서 살고 있다.

7살 배기 막내 재민이는 왼쪽 폐·귀가 없고, 왼쪽 턱이 자라지 않는 기형을 갖고 태어나면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 부쩍 활동량이 많아진 재민이 때문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폐가 하나 밖에 없어 심하게 움직일 경우 호흡곤란을 일으켜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오른쪽 귀 마저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있다.

하지만 워낙 떨어진 청력 탓에 보청기를 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결국 또래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과 인근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재민이는 9개월만에 태어나 인큐베이터(보육기) 신세를 진 후 병원과 집을 오가며 3여년 동안 힘든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3살될 무렵 의사는 재민이의 왼쪽 턱이 자라지 않아 커 갈수록 얼굴 좌우가 비뚤어져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턱이 완전히 다 자랄 때까지 몇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답이 돌아왔다.

힘든 수술을 한번도 아닌 몇 차례나 더 받아야 한다니….

재민이의 약한 몸 상태 때문에 앞으로의 수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또 의료보험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한번 수술할 때마다 수백 만원이나 드는 수술비 마련도 아버지 박중관(41)씨의 한달 수입 100여만원으로는 힘겨운 형편이다.

김씨는 "이뻐지려고 하는 성형수술이 아니라 장애치료를 위한 수술인데도 무조건 성형수술이라는 이유로 의료보험혜택을 받을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슬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전 의사가 9세 이전에 귀 재건 성형수술을 해야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가정형편으로는 4천만원 가량드는 수술비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돈이 없어 수술 시기를 놓칠 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병원비 때문에 생활비가 턱없이 줄자 형 재범(11)이는 또래들이 다니는 학원 한번 못다녔다.

아직 철부지인 재범이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재민이만 이뻐한다고 투정을 많이 부렸다.

그러나 얼마전 부터는 철이 들어 동생이 몸이 안 좋은걸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요즘 동생을 부쩍 챙기는 재범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현재 김씨네 한달 수입은 아버지 박씨가 통근버스를 운전해 버는 130여만원이 전부다.

김씨는 병원비를 마련을 위해 부업이라도 하려 하지만 아픈 재민이 때문에 한시도 곁을 떠날 수 없어 그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전 부터는 포항청년회의소에서 재민이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올해말까지 매달 20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마트 대이동 지점에서도 2달전부터 5만원 가량을 지원해 주고 있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이렇게 지원해주는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재민이 통장을 따로 만들어 한푼 두푼 모으고 있지만 턱 없이 모자란다.

재민이가 3살 되던 무렵 담당의사는 "이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보통 10년을 넘기기가 힘들다"라는 말을 김씨에게 했다.

하늘이 무너져내리고 숨이 막히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껏 잘 견뎌온 재민이가 앞으로의시련도 잘 넘길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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