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시대 대구경북지역 경제활성화 방안' 모색

정인교 인하대 교수

올해 6월 30일 공식서명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현재 이행 관련 법과 보완대책을 마련 중이다. 또 정부는 다음달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FTA는 교역 확대, 투자 증대, 경제 제도 선진화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는 상당한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역과 산업에 따라 그 효과는 엇갈릴 전망이다.

대구와 경북만을 두고 보자. 도시 공업지역인 대구는 수혜지역인 반면 농수축산업 비중이 높은 경북은 손해 지역이다. 물론 구미(전자)·포항(철강) 등 일부 지역은 예외로 볼 수 있다.

손재근 경북대 교수

경북일보는 바른 FTA국민본부와 공동으로 지난 17일 대구본부에서 임성남 편집부국장의 사회로 '한·미 FTA 시대의 대구· 경북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미 FTA가 대구·경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와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패널로 정인교 바른 FTA국민본부 정책위원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손재근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최웅 경북도 농업정책과장, 도기만 대구상의 통상진흥팀장 등이 참석했다.

최웅 道농업정책과장

사회자=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한·미 FTA 체결로 대구와 경북지역은 희비가 크게 엇갈린 가운데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한·미 FTA 타결과 함께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을 올해안으로 타결한 후 내년 중에 발효시킬 계획이다. 한·중 FTA도 내년에는 협상을 시작하며, 올해 안에 인도, 캐나다와의 협상도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한·미 FTA는 향후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인교 바른 FTA국민본부 정책위원장이 기조 발언을 한 후 패널 여러분이 질문하는 순으로 진행토록 하겠다.

사회=임성남기자

정 위원장=한·미 FTA는 농업분야의 경우 개방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좁은 형태로 타결됐다. 그럼에도 불구 축산을 비롯한 우리 농업계는 위기감이 크다. 이에 정부는 기존 농업지원 예산 119조원을 한·미 FTA 피해 구제 위주로 재구성키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비준 과정에서 농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은 지역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공업기반인 포항과 구미, 전통적으로 섬유가 강한 대구 등은 수혜지역이 되겠고, 농도인 경북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FTA 추진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발전 전략을 새로 수립하는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바른 길이라고 본다.

도기민 대구상의 팀장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 요청도 환경변화에 근거한 발전전략이어야만 설득이 용이할 것이다.

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FTA 체결을 위해 정부의 FTA 협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사회자=특히 경북은 농업 비중이 커 이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문제점이 있다면.

손 교수=아직 국회 비준이 남아 있으나 농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미흡하다.

경북도는 농·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도내 전체에서 차지하는 농가 소득도 48%를 차지하는 등 농업의존도가 어느 지역보다 높다.

이로 인해 경북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감안해 정부가 사전 농민들에게 협상과 관련한 의견수렴을 거쳤어야 했다.

정 위원장=협상 과정에서 피해 최소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협상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리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피해 업종을 미리 지정해 보상책을 만들면 피해가 있던 없던 간에 너도 나도 요구가 넘쳐나 협상을 제대로 이끌어 내기 어렵다. 이에 비해 한·미 FTA 협상은 상당히 의외적인 사례다.

손 교수=협상 전 사전 피해 품목을 예상해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전에 농축산업 전반에 걸쳐 사정을 감안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농축산의 피해는 어느 특정 품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실 모든 품목이 해당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지역은 농축산, 과수를 동시에 하는 복합농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다양성을 띄고 있다. 이번 협상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이 농업이고, 그 중심에 경북이 있는 이유다. 경북의 피해를 감안한 정부 정책이 요구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빈약한 광역단체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사회자=지금까지는 협상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으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손 교수=더 큰 문제는 한·중 FTA 협상을 비롯 앞으로 세계와 벌여야 할 협상들이다. 언론들도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물결을 거역할 수 없고 농민이라고 해서 창문을 닫고만 있을 순 없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농민들이 알아야한다.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한다.

세계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세계로 수출함과 동시에 국제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생각과 자세를 이제 농민들도 가져야 한다.

정 위원장=농산물도 수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먹거리 성향이 높은 중국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일례로 국산 조개비는 전량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데다 한국산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최 과장=(국제 경쟁력 갖춘 농산물 생산)에 공감한다. 그러나 경북의 농업사정을 보면 어려움이 있다.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60세 이상이 전체 44%를 차지하고 있다. 농업소득 의존도가 전국 최고로 그 만큼 민감한 품목도 가장 많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다.

사회자=지금껏 정부의 각종 농민 정책이 많았음에도 불구 가시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비판이 있다. 보다 현실성 있는 지자체와 정부지원의 정책 방향은.

손 교수=농업에 투자하면 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정부지원제도가 변해야 한다.

시군별로 추천을 받아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생력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 지원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원후 평가하고 성공한 농가에 대해서는 기업농으로 육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 과장=성공 가능성이 있어도 추가 지원을 하는 데는 특혜 소지 때문에 한계가 있다. 또 효율성도 따져 봐야 한다. 농업 부가가치가 평균 3%인데 금리가 3% 이상 된다면 농가 부채만 늘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7월 민선 4기 출범과 동시에 한미 FTA 타결에 대비해 '경북 농어업 10대 프로젝트'를 수립,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타결 직후 경북쌀 신유통체계, 신경북형 사과 생산체계, 바다 숲 조성, 경북한우 클러스터 등 경쟁력 강화대책과 농촌체험관광, 기업유치, 도농교류 등 농외소득 확충안,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농민사관학교 등 전담 대책팀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93년부터 마련한 기금 1천억원에 추가로 1천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농가부담 경감, 농가소득 보전, 경쟁력 강화 등 3개 분야에 대한 72건의 정책과제도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다.

사회자=한·미FTA 타결로 '경북은 손해, 대구는 득'이라고 하는데, 대구 경제 전망은.

도 팀장=대구 산업은 섬유, 자동차부품, 기계·장비, 기계금속이 전체 60%를 차지한다. 이들 산업모두가 이번 협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만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에 의존한 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투자를 외면한다면 관세 혜택은 길지 않을 것이다. 특히 2천여개 섬유업체의 경우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 교수=(경북과 대구의 위화감 해소를 위해) 시·도간 상공회의소 통합을 제안한다. 우선 대구상의에 가입된 학교급식 제공업체들이 경북도 농산물을 구매한다면 좋은 표본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우리고장 농산물 애용 차원을 넘어 농민과 청소년 및 학부모를 중심으로 '대구와 경북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이 확산되야 한다.

대구와 경북 경제계가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면 양 지역은 생산지와 소비자 차원의 공동발전이라는 실질적인 경제통합을 이룰 수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