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가정 어린 천사들의 따뜻한 보금자리
쥐꼬리 정부보조금에 도움의 손길 점차 줄어
명절 등 1회성 행사보다 꾸준한 발길 더 원해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 위치한 '빛살지역아동센터'는 유아에서 고등학생까지 결손가정 아이들의 보금자리다.

한가위를 맞이하는 빛살지역아동센터는 분주하다. 추석을 맞아 갖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추석에는 햅쌀로 직접 송편을 만들어 동네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나눠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아이들의 가슴은 설렌다.

이곳 아이들 역시 같은 또래의 여느 아이처럼 하나같이 해맑은 모습들이다. 어울려 노는 모습만 봐선 영락없이 철부지아이들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게 된 아이들의 사연은 제 각각이다.

부모가 헤어지면서 양육을 포기하고 이곳에 보내는 경우, 할머니가 키우다 이곳으로 보낸 아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센터로 보내진 아이 등등….

하지만 이들에겐 추석을 맞아 든든한 가족이 있다. 이곳 아이들 모두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올 추석에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한가위 관련 '추석골든벨', '콜라주 이벤트'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열 수 있게 됐다.

또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이 봉사쿠폰을 만들어 반대로 그동안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을 도와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곳의 한 자원봉사자는 "올해 추석은 받기만 하던 사랑을 오히려 아이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뜻깊은 추석이 될 것"이라며 함께 나누며 보내는 추석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이들은 한푼 두푼 모은 손때 묻은 저금통장을 쪼개 자원봉사자 형, 누나들의 양말을 사주기도 하고, 안마도 해주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처럼 명절에 갖게 될 다양한 민속놀이와 이벤트를 생각하며 아이들은 한가위를 잔뜩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마냥 추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선물꾸러미를 들고 찾아와 놀아주던 모습들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해마다 아동센터를 찾는 자원봉사자나 후원자의 발길이 점차 줄고 있어 안타깝다.

센터측에 따르면 3년째 도움의 손길이 감소하고 있고 정부의 보조금은 증가하지 않아 급식비와 간식비 그리고 교육비 등을 충당하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즉 정부에서 나오는 200만원의 보조금으로 한달에 210만원이 넘는 급식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결연을 맺고 있는 여러 곳에서 쌀이나 책 등을 아이들에게 기부하기도하고 후원자들이 매달 월급 중에 일부를 꾸준히 후원해주기도 한다. 또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와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주위 정성이 모여서 이 센터는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김살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철없는 듯 귀여운 혜정(9·가명)이는 산수 문제를 풀어놓고 이리저리 센터 교사를 바쁘게 찾아다닌다. 선생님이 잘했다고 칭찬하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천사 같다.

성숙해 뵈는 중학생 지은(15·가명)이도 공부에 열심이다. 사회복지사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포스텍 대학생들이 방문해서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주는가 하면 매달 둘째 주말에는 모 카드 회사 직원들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와서 생일잔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 각지에서 작은 힘이지만 개인이나 단체들의 발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명절이나 연말 단발성에 그치는 도움이 아니라 결연을 맺고 꾸준히 아이들을 찾아주는 도움의 손길이 아이들에게는 더욱 큰 힘이 된다.

최소장은 "다음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우리 모두가 가족처럼 마음을 모아 보듬어준다면 나중에는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를 맞아 결손가정 아이들에게도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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