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시리아 핵거래설' 변수로 잠복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의 시한 및 이행계획을 담은 합의문이 나올 지 주목된다.

베이징에서 27일 개막하는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불능화의 방법, 불능화 및 신고의 이행 시한, 불능화 및 신고 이행에 맞춰 제공될 대북 중유 및 설비 지원 계획, 정치.안보적인 대북 상응조치 제공 계획 등을 담은 합의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달 초 제네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의 긍정적 흐름이 이번 회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 북한의 대 시리아 핵 거래설이 불거지면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동 뒤 "북핵 불능화와 신고가 연말까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핵 거래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북한과 미국이 핵시설 불능화와 관련, '연내 불능화'를 실현하기 위해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핵심부품을 빼내는 불능화 방안을 추진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2단계 로드맵 도출될까 = 일단 정부 당국자들이 바라보는 회담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제네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북.미가 `연내 불능화 및 신고'와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에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불능화 방법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 간 합의 사항을 6자회담 차원에서 공식화하고 그것을 문서로 만드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실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문에 담느냐 등을 두고 북.미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이달 초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합의한 내용만 회담 합의문에 적절히 담아 내기만 해도 1차 목표는 달성하는 셈이지만 연내 불능화.신고 이행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이번에 최대한 구체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참가국들은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 연휴와 10월2일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회담을 마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4~5일이라는 사실상 제한된 시간 안에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려 시도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경수로 제공 논의를 당장 시작하려 하거나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한다면 회담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이 보여준 태도로 미뤄 그 가능성에 그다지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 불능화는 의견 일치(?)..신고가 관건 = 북.미는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를 실현하기 위해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료봉 제어장치 등 핵심부품을 빼내는 방법으로 불능화를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처리는 사람대신 불능화 대상 시설에 접근해 작업할 수 있는 특수설비를 투입해야 하며 제염과정에 최소 4∼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연내에 불능화를 완료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26일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에서 합의한 불능화의 개념은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을 매우 어렵게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이런 불능화를 연내에 실현하자면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능화 방법에 대한 이같은 북.미 간 합의가 6자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가 오히려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진지하고 진실한 지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가 (핵 프로그램) 신고과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불능화보다는 신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 시리아 핵거래설 걸림돌 되나 =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이후 6자회담은 긍정적인 흐름이 계속돼 왔지만 예상치 못한 북한의 대 시리아 핵 이전설이 불거지면서 변수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6자회담 테이블에서 이 문제를 놓고 북.미 간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고 있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해 왔다는 점에서 사실 여부에 따라 제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켰던 고농축우라늄(HEU) 이슈에 버금갈만한 파괴력이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핵거래설에 대한 북한의 `부인'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5일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 기자들과 만나 "우리와 시리아와의 핵거래설은 미친 놈들이 만든 것"이라며 강도높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시리아와의 핵거래설에 대한 북한의 단호한 `부인' 입장과는 반대로 핵확산에 대한 미 행정부의 강한 경고의 메시지는 거듭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기술을 시리아에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듭 거부하면서도 "북한이 6자회담 성공을 원한다면 무기를 확산시켜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가 북한 핵거래설의 진위 여부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에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모종의 관련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과 맞물려 자칫 이번 회담이 핵거래설 공방으로 내실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2.13합의'를 이어갈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북한과 미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회담이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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