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변함없는 對北觀 노출.. 北 대응 주목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야만정권(brutal regeime)'이라고 언급,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25일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모든 문명국가들은 독재정권하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나설 책임이 있다"면서 북한을 벨로루시, 시리아, 이란과 함께 국민들의 기본권리를 부정하는 '야만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미얀마와 쿠바, 짐바브웨, 수단 등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세부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의 독재정권을 맹비난했으나 북한의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고, 세계 각국의 억압정권들을 열거하는 가운데 북한을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미국 지도자들의 비난 발언에 지극히 예민하게 반응해온 북한이 이번에도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가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 시리아와 함께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하자 북한은 강력히 반발, 양국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바 있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이어 미국이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고, 북한은 이에 반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내쫓는 한편 영변원자로를 재가동, '악의 축' 발언은 결국 1994년 북미 기본합의를 깨는 분수령이 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005년 초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지칭한 뒤에도 북한은 이 발언을 대북 적대정책의 공개적 천명으로 간주,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했었다.

물론 부시의 이번 `야만 정권' 발언은 과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북한을 보는 부시의 시각에 기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시는 최근 들어서는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왔으며, 과거 독재자, 폭군 등으로 비난했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도 '미스터 김정일' 또는 `북한 지도자'로 호칭을 순화시키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써온게 사실이다.

부시는 특히 이번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전후해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결심을 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평화협정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에 없이 확고한 유화제스처를 보냈다.

이번 `야만 정권' 발언에서도 북한을 언급하긴 했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지는 않아 일부러 북한을 적시하려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부시가 이처럼 대북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6자회담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최근 미국에서 북한의 경계심을 자극할 만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만 정권' 발언이 나와 북한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내 일각에서 북한과 시리아간 핵거래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일이나, 6자회담 재개에 맞춰 대북 미사일 제재가 공식 발표된 점 등은 북한의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악의 축'이란 단어가 미국 언론에 다시 등장하고,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제외를 저지하려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된 상황 등도 북한으로선 미국의 대북 적대감이 여전함을 입증한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미국에 끊임없이 요구해온 북한으로선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종합해 `야만 정권' 발언을 분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만일 부시의 발언과 `북-시리아 핵거래설' 등을 미국의 변함없는 대북 적대정책의 증표로 해석할 경우, 가속도를 내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한 북미관계의 온화한 기류에도 다시 찬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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